현재 요양병원 수가제도가 직원들이 치매 환자를 인간적으로 돌보기 보다 단순한 약물 치료만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일 서정숙·서영석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약사회·한국병원약사회가 주관한 ‘환자안전을 위한 요양병원 의약품 관리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가혁 대한요양병원협회 학술위원장(인천은혜요양병원장)은 이 같은 시각을 밝혔다.
가 위원장은 “치매 행동증상에 약을 쓰는 것은 환자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직원들이 나쁜 직원이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더구나 노인은 약동학적 및 약력학적 변화로 약제에 특히나 취약하고 섬망 등의 부작용이 흔히 나타나 약물치료를 최대한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가 위원장 입장이다.
그러나 환자분류군 기준에 따른 요양병원 수가제도가 2008년 도입된 이래 지난 2019년 한차례 개편되면서 약물치료를 유도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가 위원장은 “2008년 요양병원에 환자분류군에 따른 일당 정액포괄수가 책정이 이뤄졌을 때 처방약물은 감소했다”며 “약을 15개를 쓰나 1개를 쓰나 돈을 똑같이 받으니 이왕이면 적게 쓰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후 지난 2019년 11월, 환자분류군이 기존 7개에서 5개로 개편됐다. 의료 최고도, 고도, 중도, 경도 및 선택입원군 등이다.
일례로 의료중도 분류군의 수가 산정기준을 살펴보면 ‘치매 진단 환자가 망상, 환각, 초조공격성 등에 대한 저항, 배회 중 하나 이상 증상을 1주에 2일 이상 또는 4주에 8일 이상 보이며 이에 대한 약물치료받는 경우’ 등이 명시돼 있다.
“약물 안 쓰고 인간적으로 돌보는 병원 소외”
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치매 환자가 행동심리증상으로 직원들을 힘들게 할 때, 어떻게든 약을 안 쓰면서 인간적으로 돌보는 요양병원은 수가를 받지 못하는 모순이 생긴다”고 일침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한 부작용은 실제 요양원 촉탁의사 활동 중 환자 보호자와 면담하는 과정에서도 포착된다는 전언이다.
가 위원장이 소개한 사례에 따르면 한 요양원 촉탁의사가 “어머님이 약을 25가지나 드신다니 너무 많다, 담당의사에게 약을 줄여달라고 하라”고 하니 보호자가 “4곳 병원에서 약을 타 드시는데 뺄 약이 없다고 한다더라”고 했다는 일화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이후 요양병원 항정신병제 처방이 늘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가 위원장은 이 또한 “코로나19와 무슨 상관이 있나”며 “2020년 이후로 항정신병제를 쓰면 병원에 이득이 되는 새로운 수가제도가 전년에 생긴 것이 주 원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현 수가제도를 개선하고, 더불어 다약제복용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며 “노인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가 양성도 시급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