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무기한 집단휴진을 선언하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지만 안팎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 등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며 회무가 마비 위기에 처했고, 새로 출범할 특별위원회에 임현택 회장이 불참하며 전공의 참여를 유도했지만 이 또한 불발됐다.
공정위는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강도높은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관 총 8명이 의협을 방문해 집단휴진을 강요한 근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내부를 샅샅이 살피고 있다. 이에 의협 사무국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최안나 대변인은 "정부가 겉으로는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 뒤로는 최대 규모의 조사단을 꾸린 공정위에게 현장조사를 진행토록 하며 의협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정위 조사로 회무가 사실상 마비됐다"며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의사를 때려잡아야 할 적으로 보고, 국민과 이간질하면서 의료개혁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최근 임현택 회장을 청사로 불러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부추긴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임 회장은 "전공의가 특별한 죄가 없다는 건 의사회원뿐 아니라 전 국민이 알고 있다"며 "저를 포함한 의협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혐의 여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올특위, 전공의 불참 속 개문발차…의협 중심 투쟁 '빨간불'
이런 상황 속에 의협은 대정부 투쟁을 이어나가기 위해 지난 19일 의대교수, 의학회 대표자들이 포함된 연석회의에서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출범키로 했다.
의협의 중심이 되는 논의기구에는 보이콧을 하겠다는 전공의들 입장을 고려해 임현택 회장이 올특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교수, 전공의, 시도의사회 대표 등 3인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되는 올특위는 의협 산하 기구로 출범하지만 임현택 회장은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올특위 운영을 위해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올특위 출범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SNS을 통해 불참 의사를 표명했다. 의대생들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강한 압박 속에서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해 의협이 중심이 돼 이끌어 나가려던 대정부 투쟁이 동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임현택 회장이 집단휴진을 주도하고, 의료계 3대 조건들을 내밀며 협상을 주도하려는 상황이 되자 전공의들이 2020년의 악몽을 떠올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공의는 물론 시도의사회에서도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되는 임현택 집행부의 투쟁 방식에 거부 반응을 보이니 힘이 빠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