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4%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된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의 리더십이 출발 100일도 안돼 도마 위에 올랐다. 잇단 막말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으며, 내부에선 독선적 회무 방식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와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강경 투쟁 중인 임현택 회장 발언 및 행보가 연일 잡음을 내며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계 비상 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임 회장이 자신에게 했던 막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임 회장에게 강 의원은 "제가 21대 국회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할 때 제게 '미친 여자'라고 그러셨죠"라며 사과를 요구하자, "표현의 자유"라며 거부했다.
이를 두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에 "욕설과 막말을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의협회장의 국회 증언을 보고 아연실색했다"며 "표현의 자유는 욕설 자유도 아니고 막말 자유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욕설과 막말은 경우에 따라서 명예훼손 또는 모욕죄가 되는 범죄다. 이런 지적 수준으로 지성인 집단인 의사단체를 대표한다는 것이 한국 의사들을 얼마나 욕되게 하는 것인가를 본인만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현택 집행부는 언론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이날 한국기자협회는 의협이 기자의 취재 활동을 제약하며 특정 기자를 '좌표찍기' 한 뒤 공격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협회는 "의사들 요구에 반한다는 이유로 복수 매체에 출입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임현택 회장이 자신의 SNS에 기사 링크를 걸어 일종의 '좌표찍기'를 한 뒤 회원들의 비난을 유도하고, 특정 매체 기자 이름을 언급하며 조롱하는 행태도 보여왔다"고 성토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임 회장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에게 "이 여자 제정신인가"라며 공개 저격했다. 창원지법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임 회장, 전공의협 위원장·집단휴진 강행 등 내부 갈등
의료계 내부에서도 임 회장의 막말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회무 운영이 독단적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의료계 집단휴진 추진과 관련해서 내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추진해 개원가에서 반발했으며,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는 설전을 펼치기도 했다.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은 아동병원협회을 향해 "멀쩡한 애 입원시키는 사람들"이라고 SNS를 통해 협회장의 실명을 공개하며 비난해서 병원계를 당혹시키기도 했다.
의사회 관계자는 "임 회장의 강경발언이 의사 대표단체인 의협 수장으로서 적절한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수위가 높은 발언으로 인해 의료계가 정당하게 하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잃고, 막말들만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경한 발언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SNS를 통해 특정 개인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출하는 것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의협 대변인이나 이사들이 이런 부분들을 조언해줘야 하는데 어떤 때는 대변인이 더 감정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투쟁 중심과 선봉에 서 있는 전공의 대표와의 불협화음도 모자라 대의원회, 광역시도회장, 감사조차 무시하는 회무는 회원들 공감을 얻기 힘들고 오리려 걱정 사안이 되고 있다"며 "의협은 임 회장 1인 임의단체가 아니고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이 중요한 공식단체"라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