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 한 번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을 통보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돌아온 전공의는 극소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9월 전공의 모집에서 특례 카드까지 꺼내들며 의료공백 해소를 도모했던 정부의 계획마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추후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들은 15일 자정까지 전공의 복귀 여부를 파악하고 나섰지만 응답률은 미미했다.
특히 빅5 병원인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소속 전공의는 총 2700여명에 달하지만 15일까지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 수는 병원별로 10명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당초 이날 정오까지였던 회신 기한을 자정까지 연장하기도 했다.
빅5 병원 한 관계자는 "복귀 의사를 전해 온 전공의는 극소수"라며 "근무하는 전공의 수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수련병원들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충북대병원은 병원을 떠난 112명 중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정공의 3명만 사직서가 수리됐을 뿐 나머지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경영난이 알려진 충남대병원도 사직서를 제출한 소속 전공의 236명 중 이달 복귀자는 없었다. 지난달 전공의 5명이 복귀하고, 4명이 사직 의사를 재차 밝혔을 뿐이다.
이처럼 대부분 수련병원은 소수 병원을 제외하고는 이달 복귀자가 두 자릿수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한세원 교수는 "전공의 중 95%는 사직 의사에 변함이 없다"며 "정부는 냉정하게 병든 의료를 고쳐나가기 위한 진단과 치료가 적절했는지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공의 미복귀 이어 전문의 미배출 가시화
정부가 전공의 사직 처리를 지난 15일로 못 박은 이유는 오는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현재의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각 수련병원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복지부가 복귀 전공의에 대해 수련 특례를 적용해 9월 복귀를 도모하겠다는 뜻을 드러낼 때부터 9월에조차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따랐다.
그럼에도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공의 복귀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 어려운 결정을 한 만큼 전공의들도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복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할 뿐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대다수 수련병원은 15일까지 응답을 하지 않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6월 4일 이후 시점으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 시점에 대해 "6월 4일 이후가 원칙"이라고 고수한 이상 병원 입장에서는 법적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이를 어기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 경우 '수련 도중 사직 시 1년 내 동일 연차‧과목으로 복귀 불가하다'는 현행 규정상 지난 15일까지 미복귀한 전공의는 내년 3월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도 지원할 수 없다.
사실상 내년 초 전문의 시험뿐 아니라 내후년 전문의 시험에서도 응시자가 극소수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40개 의과대학 및 74개 수련병원 교수 대표들은 "무응답 전공의를 일괄 사직 처리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며 "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패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확한 전공의 결원 규모는 오는 17일 각 수련병원이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을 신청하면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