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의정사태의 새로운 변곡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모집 결과에 따라 수술·진료 파행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본격적인 전형 시작 전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의대교수들 사이에서 전공의 모집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이번 전형을 통해 이탈 전공의들이 9월부터 진료현장에 복귀하는 그림을 그렸던 정부 시름도 커지는 형국이다.
당초 정부는 전국 수련병원들에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 후 결원 규모를 확정해 제출토록 했다. 발생한 결원 만큼 충원에 나설 것이란 전제였다.
하지만 막상 병원들이 제출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희망 정원은 실제 사직 전공의 수와 큰 차이를 보여 정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800명 떠난 서울대병원, 하반기 전공의 30명만 선발
실제 서울대병원은 미복귀 전공의 800여 명의 사직서를 수리했지만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는 30여 명만 선발하기로 했다.
이는 통상적인 충원 규모로,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하반기 전형에도 인턴 4명, 1년차 레지던트 12명, 상급년차 레지던트 4명 등 총 20명을 신청한 바 있다.
결국 이번에 시청한 30명은 미복귀 전공의들의 일괄 사표 수리와 무관한 건강상 이유 등에 따른 실질적 결원 만큼만 충원하겠다는 의미다.
수련병원별 후반기 전공의 모집정원 배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만큼 정확한 규모는 파악할 수 없지만 상당수 병원들이 정부 예상보다 적은 인원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은 앞서 진행됐던 일부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설문결과를 통해서도 이미 예견됐다는 분석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결과 교수 10명 중 7명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537명 중 63.5%가 ‘보이콧 해야 한다’고 했다. 충원에 나서야 한다는 응답은 34.3%였다.
또한 서울의대 교수 94.6%는 전공의 사직서 수리 시점을 2월 29일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고려대학교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실시한 설문결과도 유사했다. 고대의료원 교수 10명 중 9명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반대했다.
응답자의 70.5%는 ‘전공의 모집인원 공고를 내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고, 18.9%는 ‘공고는 내더라도 선발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교수들은 ‘전면 보이콧’ 정서가 강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신청 자체를 하지 않을 경우 내년 전공의 정원 감축 패널티를 감내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큰 상황이다.
때문에 상당수 수련병원들은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정원 신청은 하되 교수들의 정서를 감안해 사직 전공의 수에 훨씬 못미치는 정원을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대의료원 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병원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는 만큼 전면 보이콧은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비판의 대상은 정부이지 병원이 아님을 교수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사직서 수리 시점을 2월 29일자로 해 준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부담이 컸을텐데 전향적으로 전공의들의 요구를 수용해 준 점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