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전공의 하반기 모집 마감날까지 전국 대부분 수련병원들은 '0'에 가까운 지원율로 접수창구를 마감했다.
정부가 사직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특례'까지 제시했지만 전공의들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늘(31일) 데일리메디가 전국적으로 수련병원 지원현황을 파악한 결과, 이날 오후 5시에 마감된 하반기 전공의(9월 수련) 모집에 지원한 전공의는 극소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전국 수련병원들이 모집하겠다고 신청한 전공의 인원은 7645명이었지만 본지 취재결과 1%도 채우지 못했다.
지방 소재 병원은 물론 그나마 지원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수도권 '빅5' 병원조차 지원자가 제로에 가까웠다.
이로써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통해 의료 공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려했던 정부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앞서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지난 22일부터 '2024년도 후반기 인턴 및 레지던트 1년차, 상급년차 전형계획'을 공개하고 이날까지 접수를 받기로 했다.
연차별로는 인턴이 2525명, 레지던트 1년차 1446명, 레지던트 상급년차(2~4년차) 3674명이다.
통상 상급년차 모집이 이뤄진 후 인턴 및 레지던트 1년차 전형을 실시해 왔으나, 올해는 의정 갈등에 따른 전공의 집단이탈로 진통을 겪으면서 동시에 진행키로 했다.
특히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위해 지방 병원 소속 전공의가 수도권 지역 병원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권역별 제한을 두지 않는 '특례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하지만 모집 공고 마감 시점까지 대부분 수련병원에서 지원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수도권 '빅5' 병원은 물론 지방 소재 병원 모두 지원자는 한 자릿수로 파악됐다.
대다수 수련병원들은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A 수련병원 관계자는 "문의조차 없어 예상했던 결과보다 더욱 심각했다. 지원을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 자체를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문의가 있어도 대체적으로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는 평가다. B 수련병원 관계자는 "과별로 지원자가 있는지, 응시를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있었지만 선뜻 지원하겠다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특히 병원 자체적으로 지원자 현황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등 이례적인 방침을 세우는 곳도 상당했다. 빅5 병원 중에서는 세브란스병원이 유일하게 지원현황을 공개했다.
C 수련병원 관계자는 "지원자가 있지만 사안이 너무 민감하다 보니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지원자가 있어도 지원 과목을 공개하지 않은 곳도 이어졌다.
일부 지방 소재 병원들은 참담한 지원율에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냈다.
D 수련병원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이 유출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는데 지원자가 전무해 걱정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