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서울대학교병원장이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의과대학 증원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의료계 내부적으로 민감한 주제인 의대 정원 문제를, 그것도 상징성이 큰 서울대병원장이 언급했다는 점에서 향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대병원 김연수 병원장은 12월21일 한 경제지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의과대학 정원에 대한 공론화 필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우선 의사 수 부족에 따른 대한민국 의료의 기형적 현상을 짚었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결국 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곁들였다.
김연수 병원장은 “OECD 국가 중 의사 수는 인구 1000명 당 2.4명으로 우리나라가 꼴찌이지만 환자가 의사를 만나는 횟수는 연간 17회로 OECD 평균 보다 2배 이상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적은 의사가 많은 환자를 짧은 시간에 진료한다”며 “박리다매를 통해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환자와 의사 모두 불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수술할 외과의사 부족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금대로라면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물론 영상 촬영을 해도 판독할 의사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김 병원장은 의사 수 부족의 심각성을 수치로 제시했다.
그는 “2030년에는 7600명의 의사가 부족하고, 당장 내년에만 1800명이 더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의과대학 정원은 2007년 이후 12년 째 3058명으로 동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0년을 양성해야 의료현장에 배출될 수 있는 의사 양성의 특성을 고려하면 2030년에는 전문 의료인력 부족으로 의료체계 혼란이 극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작정 증원 아닌 적정진료 의사 숫자 추계 후 부족한 분야 선(先) 배정 등 양성체계 마련"
의사 수 부족은 비단 지방이나 중소병원만이 아닌 수도권 대형병원들도 겪는 문제라는 주장이다.
김연수 병원장은 “최근 수도권 대형병원들도 의사 인력난에 처해 있다”며 “일선 병원들의 의료인력난 호소는 의료체계 붕괴 시작을 의미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더 이상 전공의들의 희생을 바랄 수 없고 대체인력에 일부 의료행위를 맡기는 행위도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작금의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즉각적인 의대 정원 확대를 제안했다.
그는 “당장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무턱대고 늘리자는 게 아니라 적정진료를 위한 의사 수를 추계하고 부족한 분야에 먼저 배정하는 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열린 국립대병원장 회의에서 교육부에 일정 기간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건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더 큰 고통이 오기 전에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