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1월 15일부터 비대면 진료 대상 및 범위를 대폭 확대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의료계가 격분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오진의 위험, 의약품 오남용 처방 및 허술한 관리, 의료사고의 위험 등을 우려하며, 정부가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시범사업을 강행한다면 참여 거부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
대한개원의협의회는 5일 의협회관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폐기'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실제 의료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제도 강행을 멈출 것을 요구했다.
김동석 대개협 회장은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책임에도 의료계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확대 발표하는 정부에 분노한다"며 "대면 진료로도 피할 수 없는 오진의 위험성 증가로, 그 피해는 환자가 입게 되고,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은 의료진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이어 "코로나19 유행 당시 비대면 진료는 이미 코로나로 진단된 환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증상 완화의 처방이 가능했다"며 "사망하더라도 의료분쟁의 여지가 없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꼬집었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소아의 경우 증상 호소가 모호해 진단이 어렵고, 증상이 급격하게 진행돼 사망에 이를 데까지 시간이 짧다"며 "심하게 토하는 증상으로 오후 9시에 비대면 진료를 받은 24개월짜리는 무엇으로 진단해야 할까"라고 물음을 던졌다.
이어 "대부분 장염 등 소화기 관련 증상이겠지만, 급수충수돌기염이나 장중첩증일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규홍 장관에게 묻고 싶다. 과연 급성충수돌기염과 장중첩중을 비대면으로 어떻게 진단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오진 위험·의약품 오남용 처방 등 문제, 진료 거부권 법적으로 명시" 촉구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12월 5일부터 6일까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확대된 비대면 진료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김동욱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이번 설문조사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4곳 중 1곳이 참여했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93.17%가 '비대면 진료는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고, '참여한다'고 응답한 의사는 3%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
김 회장은 "비대면 진료를 많이 보는 의원은 플랫폼 내 노출이 빈번해져 결국 상업적 의료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으면서 의료계가 플랫폼에 종속되는 한편, 의료비용 증가 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장은 "비대면 진료가 어려운 과가 있다. 특히 산부인과가 대표적"이라며 "환자와 어떻게 비대면 진료를 해야할지, 한다고 했을 때 그 데이터가 유출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가 의료계 우려를 무시하고 비대면 진료 확대를 강행한다면, 보이콧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
김동석 회장은 "법적 명시가 없는 지침은 단지 하나의 문구일 뿐이다. 비대면 진료에 있어 진료 거부권을 법적으로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어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모든 사항은 의료계와 논의 창구인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만약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책추진을 한다면 확대된 시범사업 시행에 대한 거부를 선언하고 잘못된 정책을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