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 환자 진료코드 무분별 전송, 수용 불가"
이태연 의협 실손보험대책위원장
2024.10.07 05:49 댓글쓰기

오는 10월 25일부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가 30병상 이상 병원부터 시행되고, 내년 10월 25일부터는 의원, 약국 등으로 확대 시행된다. 이 제도는 요양기관이 보험청구 서류를 환자 대신 보험사로 전달해 환자의 보험금 청구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동안 의료계에선 이 제도 시행에 반대해왔지만, 보험업법 개정 이후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위원회 이태연 위원장[사진] 등을 만나 제도 도입을 앞두고 우려되는 문제점과 개선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Q.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가 시행된다.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병의원 참여 저조하다는데

지난 9월 12일 발표된 금융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요양기관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참여 현황이 병상 30개 이상 병원 4235개 중 283개(6.7%)로 확인됐다. 특히 시행 대상인 종합병원, 병원들 중에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병원 3857곳의 참여 비율은 2.7%에 그쳤다. 이 문제는 의료기관들의 참여 거부가 아닌 상용 EMR업체들이 참여하기 어려워서 생긴 것이다. 


Q.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상급종합병원은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통해 확산사업에 참여했지만,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는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없기에 상용 EMR업체를 통해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용 EMR업체가 사업에 참여하려면 보안, 서버의 확산 및 유지·보수 등 시스템 구축에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를 누가 부담할지 주체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참여를 어려워하고 있다. 게다가 EMR 업체들 가운데 핀테크 업체들과 계약을 맺어 보험개발원 없이도 청구 간소화를 할 수 있는 기관이 이미 1만 5천여 곳이 넘다. 그런 상황에서 해당 기관들이 강제적으로 보험개발원과 개별 계약을 다시 맺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Q. 상급종병과 종합병원은 보험개발원, 이외 종별은 핀테크 업체를 통한 투트랙 전략

현재 사업 추이를 볼 때 중소병원들은 현실적으로 보험개발원을 전송대행기관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미 많은 의료기관에서 핀테크 업체 등을 이용해 민간주도 청구자료 전송 방식이 활성화되고 있어 전송대행기관 등 특정기관으로 집중될 경우 민간 기업들이 오히려 위축되거나 사업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 이런 현실적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보험개발원 시스템 구축 및 활용이 어려운 의료기관은 민간 핀테크 업체들이 구축하는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의협은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법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국회, 정부 등에 의견을 개진해왔다.  


"중소병원들은 보험개발원을 전송대행기관으로 활용하는 시스템 구축 불가"

"의원급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참여는 핀테크업체가 관건"


Q. 보험회사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정보를 입력하도록 해 의료기관의 진료내역 및 규모, 환자 진료 정보를 보유할 수 있는데, 이 같은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할지

보험업계는 지속적으로 질병코드 전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으나, 질병코드는 대표적이고 명확한 상병을 기재하는 것일 뿐 진료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 즉, 최종적인 병명이 아니며 진단에 따르는 각종 책임도 의사가 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제 없는 무분별한 진료코드 전송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도 이에 십분 공감하고 있다. 전자적으로 전송되는 정보를 수정하거나 조작해 입력하는 것은 범죄행위에 해당하기에 보험사 이익이 되는 형태로 정보를 입력하지는 못한다. 전송대행기관인 보험개발원에 환자의 정보 등이 집적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전제로 시작된 사업이기에 정보 축적에 따른 악용 또는 왜곡을 통한 진료권 제한, 보험가입 제한, 보험금 지급 거절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금융위와 금감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 


Q. 진료코드를 확보하지 못하면, 보험회사들도 사업 참여로 이득을 얻기 어려울 것 같은데

전자적 형태로 전송 가능한 서류 범위는 정해져 있다. 요양기관 발급의무가 있는 서류(계산서, 영수증), 세부산정내역서(진료비, 약제비), 처방전으로 등 세가지로 한정돼 있다. 이에 당초 보험회사들이 이 제도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오히려 미지근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취득할 수 있는 정보는 적지만, 환자들이 그동안 청구하지 않았던 소액 보험료까지 다 청구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면서 일각에선 오히려 이 제도 도입이 보험회사들 손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Q. 과거 의협 차원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대행업체 설립 등을 준비한다고 한 바 있는데

의협은 금융위 주재 실손보험청구전산화TF에 참여해 수차례 보험업계와 금융위원회가 요구하는 단일 전송대행기관 지정은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형태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관(官)이 주도하는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의협의 의학정보원, 약사회의 약학정보원 등 자료 집적 없는 바이패스의 허브 역할만 수행하는 관리 역할기구로서의 복수 전송대행기관 설정을 요구했다. 현재 의협은  의학정보원을 중심으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참여를 고려하고 있으며 기존 EMR 업체와 협의 등이 필요한 상황으로 추후 신속하게 청구 대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실손보험대책위원회는 실손보험청구전산화, 혼합진료금지 등 현안과 향후 발생 가능한 실손보험 관련 문제들에 대해 회원들 피해를 방지하고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각 직역 위원들이 참여해 적극적인 논의와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도 회원 권익과 국민 건강을 위해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선제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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