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미숙한 의사들, 의정갈등을 과학으로만 접근"
노혜린 사회과학과 의학교육연구회 회장
2025.07.05 06:11 댓글쓰기



정부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해법 기미 없이 상당히 장기화되고 있다.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은데다 지역의료와 필수 의료에 대한 공백도 난제만 쌓여가는 모습이다.


"의정갈등 장기화, 사회 구조적 문제와 연결된 복합적 현상"


수많은 논의와 대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의정갈등’이 단순 정책 충돌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의정갈등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출범한 '사회과학과 의학교육연구회(Social Sciences and Medical Education, SSciME)'는 의료계와 정부 사이 갈등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된 복합적인 현상으로 진단했다.


노혜린 사회과학과 의학교육 연구회장(인제대 의대)은 "의정갈등 뿌리에는 정치·사회에 대한 의료계 인식 부족과 대한민국에 만연한 권위주의 문화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학으로만 싸운 의사들, 1950년대부터 의정갈등 반복”


그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50년대부터 의정갈등은 반복돼 왔다며 의약분업 사태 때와 지금의 상황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의정갈등이 의사들의 ‘정치적 맥락의 오해’라고 지적한다. 문제 핵심은 의료계가 정치·사회적 문제를 단순히 과학적 문제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그는 “의대증원 논란도 의사들은 수요 및 공급의 문제, 즉 과학으로만 접근했는데 사실 이 사안은 철저히 정치적으로 기획된 아젠다였다”면서 “의사들이 병을 치료하듯 대응했기 때문에 해결이 안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약분업, 수련제도, 수가 문제 등에서 항상 같은 양상이 반복됐다”면서 “의사들이 정치·언론·여론의 작동 방식을 몰랐고, 그래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회장은 의정 갈등 핵심을 단호히 짚었다. 그는 1950년대 이후 반복돼 온 의료계-정부 간 충돌 사례들을 연구하며, 의정 갈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정치적 문제로 봤다.


그는 “의사사회는 왜 반복적으로 동일한 문제에 봉착하는지에 대한 자성 없이 늘 대응만 해왔다”면서 “소통이 없었고, 리더십도 없었으며, 정책을 만들어내는 역량 역시 부족했다”고 대응 방식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와 정책 이해 못하면 환자도 지킬 수 없다”


이 같은 배경에서 창립된 ‘사회과학과의학교육연구회’는 의료현장 경험에 정치·경제·사회과학 이해를 접목한 새로운 의학교육 모델을 제시한다.


노 회장은 현 의료계는 더 이상 ‘진료 기술’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론, 언론, 정치, 정책을 이해하지 못하면 환자도 지킬 수 없는 시대라는 지적이다.


그는 “의사들은 여론은 어떻게 형성되고, 정부가 왜 저런 선택을 하며, 언론은 왜 특정 방식으로 보도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진짜 필요한 건 사회과학적 시각과 정책적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 구조, 권력, 여론, 언론의 작동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바뀌지 않는다”면서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안할 수 있는 ‘정치감각 있는 의료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회는 의료인의 사회과학적 정책 역량 강화를 목표로 의료정책 아카데미, 의사양성 정책 아카데미, 사회과학 연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며, 세미나, 연례 학술대회 등을 추진 중이다.


“미복귀 Z세대 전공의, 정부 믿음 잃은 게 문제···공공의대도 회의적”


이번 의정갈등 사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전공의들 사직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 방침을 일부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직한 전공의들은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노 교수는 이를 Z세대의 세대 특성과 결부해 설명했다.


그는 “Z세대 전공의들은 자신이 믿는 가치와 조직 방향이 일치하지 않으면 그 조직에 머무르지 않는다”면서 “좋은 직장이어도, 신념에 어긋난다면 과감히 떠나는 세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반복적으로 정책을 뒤집는 걸 지켜본 세대”라며 “믿음이 무너진 조직에 굳이 돌아가려 하지 않죠. 단순히 숫자를 줄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들이 속한 병원 시스템마저도 자신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상황에, 비합리적임에도 정부의 정책을 따라야 하는 한국 의료 시스템에 희망을 잃었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지역 의료 대안인 '공공의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지방 의료 핵심 문제는 의사 수가 아니라 '환자의 수'지, 공공의대 하나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립대의과대학 예산을 확대 지원하면 될 문제”라며 “새 의대를 지을 예산의 10분의 1만이라도 기존 국립대에 투자하면 효율적으로 지역 거점 병원을 육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은 환자가 많은 곳으로 간다”면서 “환자들이 빅5 병원으로 쏠리고 있으니 의사들도 결국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이다. 지방에 정주할 필수 의료 교수도 떠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의료 미래, 사회과학과 민주주의에 달려”


노 회장은 의정갈등 해법에 '사회과학 교육의 전면 도입'과 '사회 전반의 민주적 성숙'을 강조했다.


그는 “의정갈등이 대한민국에 여전히 깊숙이 뿌리내린 권위주의 문화를 목도했다”며 “정부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 심지어 의료계 내부의 권위주의도 해체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의 의정갈등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나 민주적 절차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하는 권위주의적 행태의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그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가치가 의료계에도 온전히 실현될 때, 비로소 우리는 이 길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사회과학은 단지 의료뿐 아니라 이 땅에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는데 중요하다”며 “연구회가 단지 의료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임이 아니라 의사부터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국가와 사회, 환자와 의사, 그리고 교육자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결성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계는 환자와 국민을 위해 더 이상 진료 기술만이 아닌 정치적, 정책적 감수성을 갖춰야 한다”면서 “이제 치료자이자 정책가, 민주시민으로서 의사가 필요한 시대이고 의료인에게 있어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라고 힘줘 말했다.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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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대 07.07 04:53
    의정갈등이 단순한 정책 충돌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진단에 깊이 공감합니다. 이제 의료계도 권위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며, 사회과학적 시각과 민주주의 감수성을 갖춘 리더가 절실합니다.
  • 못난이 07.06 11:40
    의사가 정치를 모른다는 말씀. 맞습니다. 그러나 의사가 그나마 순수해서 이 나라에서 이런 대우를 받으며 이 고생을 하면서도 버티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해 보셨나요? 나이든 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기회도 다양하고 능력도 출중해서 진료하는 의사가 아닌 다른 진로를 찾을 수 있고 해외진출의 기회도 있기에 이 나라가 걱정입니다.
  • 그래서 07.07 09:00
    그래서 정치하는 의사가 필요한 겁니다.  목숨걸고 나라를 지키는 군대가 정무감각이 없다면 나라가 온전하겠읍니까?  지금 의사사회는 순수함과 높은 기술에만 의존하여 마치 정무감각 없는 군대처럼 국민을 지킬 수 없는 위험한 지경입니다.
  • 냉소 07.06 11:02
    기존 의사들도, 젊은 의사들도, 의대생들도, 의사라면 욕부터 하는 국민들도, 분열과 갈등의 주범 정치인과 관료들도, 다 각자 제 갈 길 가는 각자도생의 시대입니다. 사회가 좋아지리라는 기대를 버리면 편안해집니다.
  • 옳도다 07.05 08:45
    의사사화와 의과대학의 정치사회적 기본에 대한 무지함이 의정갈등의 원인중 하나다.  장수가 정치를 포기하고 전장에서 병사들과 함께 싸우는 것을 덕이 있다 함은 부하들을 죽이는 것일 뿐이다.
  • 원적산 07.05 08:29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고, 의료계가 몰랐던 일은 결코 아니다. 다만 최근 앞에서 설치며 의료계의 대표를 자처하는 자들이 우리 의료계의 역사를 공부할 생각도 없고, 관심도 없이 눈앞에 보이는 것에 대한 원초적 반응을 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과거의 역사 속에 반드시 지혜와 패착이 공존한다. 의료계는 외부에서 공격을 받으면 방어의 화살을 의료계 내부 총질에 사용해 온 것이 다른 전문가 집단하고 확연히 다른 점이다.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멍청한 자들이 의사들 사회에 자리 잡고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과 해결 점은 정치 권력이 의사들을 노예화 해서 그때그때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으려는 집착이 매우 강한 것이다. 의료계는 여기에서 탈출하려는 노예 해방 전쟁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의사로서, 국민으로서 천부적인 권리를 되찾으며 전문가로서 이 국가 사회에 그 역할을 다 하는 것 과는 삶의 가치에 엄연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역대 그 어떤 정부보다도 더 강하게 의사들을 실질적으로 노예화 하는데 집착할 것이다. 의료계 내부의 의 분열로 갈라치에 성공할 것이고 의료계는 그 언젠가와 마찬 가지로 추락만 거듭할 것이다. 의사들의 권력 지향적인 천한 생각과 오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영원한 노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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