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병·종병·병원·의원 '종별 인력기준' 탈피"
이성규 병협회장 "지·필·공 의료 살리기 위해 종합병원 인력기준 과감히 타파" 제안
2026.02.02 05:52 댓글쓰기



“지역의료, 필수의료, 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으로 구분되는 의료기관 종별 인력기준을 과감하게 탈피해야 합니다.”


국내 병원계 수장이 날로 심각해지는 진료현장 의사인력난과 관련해 파격적인 제안을 해 귀추가 주목된다.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료기관별 경직된 인력기준 완화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도모해야 지‧필‧공 의료를 살릴 수 있다는 제언이다.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회장은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법적 인력기준 때문에 산발적으로 흩뿌려져 있는 구조 탓에 필수의료 붕괴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설파했다.


실제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기관 종류를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으로 구분하고 종별에 따라 개설 의무 진료과목과 전문의 수를 규정하고 있다.


가령 100~300병상 종합병원은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중 3개 진료과목, 영상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진단검사의학과‧병리과를 포함한 7개 이상 진료과목을 갖춰야 한다.


아울러 각 진료과목마다 전속하는 전문의를 채용토록 명시돼 있다.


"산발적 인력 배치에 필수의료 붕괴"

"의과대한 증원은 찬성, 규모는 숙고"

"대학병원 분원 과잉, 병원 생태계 교란"

 

하지만 최근 필수의료 분야 기피현상에 따른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수 십년 간 유지되고 있는 이러한 의료기관 종별 인력기준을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성규 회장은 “인력 재배치를 통한 효율성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무조건 필수진료과를 개설토록 하는 방식이 오히려 제대로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뜩이나 부족한 필수의료 인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병원별로 역할을 분담하고 기능을 세분화 하는 게 의료 정상화를 위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연장선상에서 현재 추진 중인 의사인력 증원과 관련해서는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그동안 입장 표명을 자제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의 발로다.


이 회장은 “사실 의사 증원에 대한 병원협회 입장은 오래 전 결론이 내려진 상태”라며 “의사인력난으로 병원 운영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을 감안하면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규모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증원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며 “과학적 추계와 사회적 합의 통해 증원이 이뤄지면 일선 병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의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몸값 흥정이 횡행하고, 의사 채용이 지상과제가 됐다”며 “이 상태로는 상당수 병원들이 2~3년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와중에 계속되는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은 의사인력난을 더욱 심화시킬 게 자명하다”며 “병원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무분별한 분원 설립도 짚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병원계 현안에 대한 일문일답


- 의정사태 이후 의료계가 정상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완전한 정상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비상진료체계에 매달려 구조적 논의를 미뤄야 했던 국면은 지나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제 단기 대응이 아니라, 의료전달체계·인력·재정이라는 근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마련됐다. 병원협회는 이 시점을 의료 정상화로 가는 출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의료전달체계 개편 핵심은

핵심은 역할에 맞는 의료 이용과 그에 따른 적정 보상이다. 모든 의료가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지역병원, 중소병원, 개원가가 각자 역할을 하면서 환자가 단계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 설계 자체를 인구구조와 의료 수요 변화에 맞게 다시 짜야 한다.


- 대학병원 분원 확산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인가

‘규제’라는 표현보다는 ‘합의’가 필요하다. 대학병원들의 분원 확산이 지역 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현재는 의료인력과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집중되면서 지역 의료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의료생태계 전체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 개원가의 과잉 투자에 대해 병원계 우려가 상당하다

의료자원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각 분야가 역할에 맞게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고가장비의 중복 투자는 결국 의료비 상승과 자원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개원가와 병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백화점식으로 의료자원을 분산 배치하기 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 활용을 도모해야 한다.


- 정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입장은

일단은 ‘찬성’이다. 일선 병원들이 겪고 있는 의사 구인난은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다만 섣부른 증원이 아닌 총량 논쟁을 넘어 어디에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지역별·진료과별 수요 예측 없이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것은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 정확한 추계와 지역 단위 계획이 병행돼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 필수의료 붕괴의 가장 큰 원인 지목한다면

보상 문제와 사법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적정보상이 이뤄지더라도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 책임 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면 필수의료를 선택하기 어렵다. 미래 의료인력들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두 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필수의료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 지역의사제에 대한 견해는

지역의사제는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제도다. 실제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최소 10~15년이 걸릴 것이다. 때문에 그 공백 기간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현재의 지역의료 위기를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과 함께 병행해서 논의돼야 한다. 지역 병원들의 의료 인프라 유지를 위해 지역수가 시범사업 도입을 제안한다.


- 마지막으로 정부와 국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의료는 정치적 구호로 해결될 수 없는 영역이다. 단기적인 인기보다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해 주시길 간곡히 바란다. 병원협회는 언제든지 책임 있는 파트너로서 함께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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