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전문의, 전문성 포기하고 ‘일반의’ 전향 개원”
최동현 회장 “필수의료 대표 외과 등 퇴출당하는 극단적 불균형이 현실”
2026.03.15 19:39 댓글쓰기

“외과 개원의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특정 직역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필수의료 체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 시그널입니다.”


국내 의료 현장에서 외과 개원의 실종이 가속화되면서 이를 필수의료 시스템 붕괴 전조 현상으로 바라보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동현 대한외과의사회 회장은 오늘(15일) 열린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외과 개원가 감소 현상이 단순한 특정 직역 수익성 악화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명권과 직결된 국가적 의료전달체계의 구조적 결함”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의료계는 내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 이른바 수익성이 보장된 진료과목 중심으로 개원이 편중되는 기형적 팽창과 필수의료를 대표하는 외과 등이 개원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하는 극단적인 불균형이 공존하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를 인용하며 일반과 개원이 증가하는 추세에 주목했다. 외과의사회는 “상당수 외과 전문의들이 본인 전문성을 포기하고 전문과목 표시 없이 일반의로 전향해 개원하는 뼈아픈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맹장수술 7만5003원 등 장기간 지속된 저수가, 외과 붕괴 근본 원인


최 회장은 이러한 구조적 위기 근본 원인으로 수십 년 고착화된 저수가 체계를 정조준했다. 실제 현재 맹장수술 의사 행위료는 7만5003원, 양성종양 절제술은 1만8000원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의사의 고도화된 업무량과 책임 무게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금액으로 의료기관 운영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특히 감기나 배탈 등 빈도가 높은 경증 질환에 비해 외과적 처치는 발생 빈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행위료조차 낮게 책정돼 경영상 한계가 명확하다.


그간 외과 개원가는 지역사회에서 항문질환 수술과 농양 절개, 외상 처치 및 봉합 등 1차 의료기관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지만, 외과 인프라가 붕괴하면서 비교적 간단한 처치나 수술조차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결국 상급종합병원 과밀화와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지며, 지역사회 내 필수의료 공백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괄수가제, DRG 외과 영역 집중돼 개원가 옥죄는 원인 작용 


포괄수가제(DRG) 역시 외과 개원가를 옥죄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현재 시행 중인 7개 질병군 DRG 가운데 상당수가 외과 영역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는 의료비 상승 억제라는 정책적 목적에는 부합하나 수술 난이도나 실제 진료 비용을 무시한 채 보상을 동일하게 고착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DRG 제도로 인해 외과 개원가가 정부 의료비 억제 정책에 따른 부담을 오롯이 떠안는 구조가 됐다”며 “여기에 제한적인 비급여 구조와 정부의 비급여 관리 강화 정책은 외과 개원가의 생존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분쟁에 따른 법적 리스크 또한 외과 기피를 부추기는 결정적 요소다. 외과 수술은 본질적으로 합병증 위험을 내포했음에도 현재의 사법 환경은 의료행위 특수성보다 일반적 사고와 동일한 잣대로 형사처벌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이에 국회에서 논의 중인 필수의료 기소 제한법을 포함해 의료인의 사법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법적 보호 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최선의 진료를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범죄자로 내몰리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젊은의사들이 외과를 선택하거나 개원을 유지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일시적 지원 미봉책, 의사 행위료 분리 보상 등 근본적 제도 개선 필수


외과의사회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우선 외래 및 경증 외과 수술에 대한 수가 현실화가 시급하며, 외과 개원가를 지역 기반 ‘외래수술센터(가칭)’로 제도화해 1차 의료기관 법적 지위와 지원을 강화할 것을 제언했다.


또 상대가치점수 제도를 전면 개혁해서 의료행위 난이도와 노동 강도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DRG 제도 역시 ‘의사 행위료’를 분리해 보상하는 방식으로 합리적인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외에도 외과 내시경 분야에 대해 국가암검진기관 평가 시 연수평점을 인정하는 등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행정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최 회장은 “결국 외과 개원가 소멸은 단순한 의사 개인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전달체계 허리가 끊어지는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며 “미봉책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국민들은 간단한 봉합 수술도 대형병원 응급실을 전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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