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신생아중환자-응급의료, 기능 재설계 시급”
김한석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 “의사 수 증대·병상 유지 단계 넘어선 상황”
2026.05.24 18:02 댓글쓰기

저출산으로 출생아 수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오히려 초미숙아와 극소저체중출생아, 중증 신생아 치료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생존하지 못했던 초미숙아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한 명의 환아에게 필요한 치료 강도와 의료밀도가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의료체계가 이런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병상 확대나 의사 수 논의를 넘어 실제 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다학제 기능과 전문인력 체계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관련 인프라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한석 이사장을 만나 저출산 시대 소아중증의료가 처한 구조 변화와 향후 재편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한석 이사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은 데일리메디와 최근 인터뷰에서 현재 소아중증의료 위기를 단순한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아니라 국내 필수의료 구조 전반의 변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신생아중환자의료(NICU)를 비롯해 소아중환자의료(PICU), 소아응급의료는 이미 단순 병상 숫자만으로 유지 가능한 단계가 아니”라며 “이제는 기능 중심으로 의료체계를 다시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과거 생존 힘들었던 24주 이내 초미숙아 생존율 높아지는 등 진료현장 패러다임 급변 


김 이사장이 중요하게 짚은 변화는 초미숙아 생존율 향상이다. 과거에는 생존이 어려웠던 재태연령 24주 안팎 초미숙아들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소아중증의료 현장 자체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국신생아네트워크(KNN) 자료에 따르면 1500g 미만 극소저체중출생아(VLBWI) 생존율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24주, 600g 수준 미숙아 생존율이 현재 80%를 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제는 단순히 환자 수가 줄고 늘고의 문제가 아니라 한 명의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밀도와 치료기간 자체가 크게 증가했다”며 “초미숙아들은 수개월 이상 장기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퇴원 후에도 재활과 발달 관리, 재입원 위험 등에 대한 장기 추적관리가 이어진다”고 밝혔다.


문제는 현 의료체계가 이런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과거에는 생존하지 못했던 중증 신생아들이 성장하면서 PICU와 재택의료, 재활·발달지원 체계 필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체계는 여전히 급성기 병상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NICU, 다학제 협진체계 뒷받침돼야 정상 운영 가능-지방은 사실상 중증 치료 어려운 구조”


이 같은 이유로 현재 드러나는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이사장은 “NICU 병상이 있다고 중증환자를 다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소아외과, 소아심장, 마취과, 신경외과 등 다학제 협진체계가 마련돼서 뒷받침돼야 고난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지방 상황이다. 단순히 신생아 의사가 부족한 수준을 넘어 중증 치료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금 지방은 다학제 치료체계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병상 숫자보다 어떤 환자를 볼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현 의료정책이 병상 수나 의사 수 같은 ‘양적 지표’ 중심으로 접근하는 점은 표피적인 접근법으로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는 병상 수를 늘리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은 훨씬 복잡하다”며 “24시간 NICU 운영만 하더라도 최소 5명 이상 전문의가 필요하고, 여기에 협진 인력까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는 전공의 수련체계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과거에는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800명 수준이었고 이들이 병동·응급실·NICU 당직을 담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공의 숫자 자체가 급감했고 기존처럼 유지되는 구조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결국 전문의 중심 체계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이사장은 “전문의 체계로 전환되면 비용은 국가와 사회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며 “고위험 소아의료를 유지하려면 국민들도 필수의료 유지 비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단기 대책만 반복, 전담부서가 없다”


김 이사장은 중앙정부 중심으로 일률적 정책을 반복하는 방식의 한계도 지적했다. 지역마다 인구 구조와 출산 상황, 의료 여건이 모두 다른 만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의료기관이 함께 상황에 맞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자보건 전담부서’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이사장은 “장기 계획을 세우고 지역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조직 자체가 없다”며 “지금은 담당자들이 짧은 임기 안에 단기 대책만 반복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5년, 10년 단위 계획으로 고위험 신생아와 중증 소아의료를 관리할 국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 방향 역시 단순 지원 확대보다 기능 중심 재편으로 가야 한다고 봤다. 


김 이사장은 “모든 병원이 동일한 수준의 고난도 소아진료를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지역 NICU는 안정화와 중등도 치료를 담당하고 초미숙아·중증 호흡부전·외과적 신생아 질환은 권역 고도 NICU로 집중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체·신생아 광역 이송체계와 장기 추적관리, 재택의료까지 연결된 연속 모델이 필요하다”며 “고위험 신생아는 단순 급성기 치료만으로 끝나는 환자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소아중증의료 인력 공백 상황에서 다양한 형태의 근무 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중요성도 언급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처럼 모든 인력을 정규직·풀타임 중심으로 운영해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권역 내 공동인력 공급이나 유연근무 체계 같은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에 특정 시간만 근무 가능한 인력, 지역 순환근무 인력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가야한다”며 “특히 여성 의료진 비중이 높은 소아청소년과 특성을 고려하면 근무 형태 유연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소아청소년과가 먼저 유연근무와 다양한 전문인력 운영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의료시스템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저출산 시대일수록 한 명의 아이가 갖는 사회적 의미는 더 커진다”며 “고위험 신생아와 중증 소아의료는 단순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국가 핵심 인프라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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