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간호사 자살 사건 파장 '태움 악습(惡習)' 재조명
청와대 국민청원 후 동참자 봇물, 간호계 전방위 확산 추세
2018.02.20 12:03 댓글쓰기

환자를 보듬고 치유하는 간호사들에게 병원은 과연 안전한 직장인가.
 

설 연휴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신입 간호사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 충격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간호사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통해 ‘태움’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을 두고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해당 간호사의 남자친구가 간호사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건의 원인을 이 같이 지목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확산되는 실정이다.



더욱이 그 간의 간호계의 악습으로 수차례 도마 위에 올랐던 ‘태움’ 문화에 대해 본인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리며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간호사 A씨는 지난 15일 오전 10시40분경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고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9월 MICU(내과계 중환자실) 신규 간호사로 입사한 A씨는 사건 전날, 수간호사에게 오프를 달라고 한 후 연락이 두절됐고 당일 가족들에게는 출근을 한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자친구 K씨는 사건 발생 직후 간호사 커뮤니티에 “여자친구의 죽음이 그저 개인적인 이유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그 동안 간호 업무를 어떻게 관리 했으며 간호부 윗선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태움이 여자친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단 여자친구만 힘든 일을 겪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른 간호사들도 힘든 것 매우 잘 알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2005년 전남대병원 수술실 간호사 자살 사건 이후, 대학병원에서 또 간호사 자살 사건이 벌어지자 본인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며 공감과 함께 분노감을 표출하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를 바로잡아 달라는 내용의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실제 '간호사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주세요'라는 게재 글에 20일(오전 11시) 현재 1171명이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답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의 청원 동참 행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디 ‘sdaui’씨는 “본인도 지난해 졸업한 신규 간호사로 대학병원을 다니고 있는데 출근하기가 죽기보다 싫다. 자살한 간호사의 마음이 너무도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를 했고 일생을 의롭게 살며 간호직에 최선을 다한다는 선서로 시작했던 이 생활이 왜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죽음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을까”라고 말했다.


아이디 ‘간호순’씨는 “결국 못 버틴 사람들의 잘못이 돼 버린다. 여기서는 못 버티면 바보가 되는 곳이다. 그렇게 만드는 문화가 너무도 싫다”며 “혹독한 저년차 시절을 보내고 중간연차로 이제는 뒷담화로 사람을 숨 막히게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매일 카톡으로 신규 간호사들이 잘못한 사항까지 대리 사과하고, 신규 간호사들이 못 하면 혼나니 그들이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 줄 수가 없다. 이 나라 병원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문제”라고 말했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만큼 일정 정도의 엄격함은 용인돼야 한다는 주장도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11월 한림대 성심병원 장기자랑 사태로 간호사들의 ‘태움’, ‘내리갈굼’의 악습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11월 전남대병원에서도 간호사 자살 사건이 발생한 바 있지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당시 수술실 간호사였던 L씨는 의사의 심한 꾸중과 욕설, 선배 간호사의 야단 등에 시달리며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됐다.
 
한편, 이번 사건이 벌어진 해당 병원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조사위원회를 통해 진상조사에 주력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설 연휴에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못해 19일부터 본격적으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유가족들의 주장대로 괴롭힘이 있었다는 부분을 포함해 교육 시스템에도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던 간호사였던 만큼 격무를 비롯해 환자 안전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을 것으로 보고 이후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같이 일하는 동료를 잃었다는 애통한 심정에 병원 분위기도 침통하다"며 "이번 기회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진상조사 및 경찰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공식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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