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화연구 참여·고령자 의료서비스 집중 취재'
김철중 조선일보 논설위원
2018.02.21 05:20 댓글쓰기


"우리나라는 국민노화연구소 없는 등 미래 대비 부족"
"고령사회는 치료보다 케어 중요, 이런 관점에서 의료체계 정비돼야"
"노인관련 전문가 많이 양성해야 하고 노인의학 목표도 정립해야" 

"노인진료 수가 신설 및 노쇠지표 표준화 시급"

[下]Q. 일본에서는 주로 어떤 분야를 취재할 것인가

동경에 도립노화연구소가 있다. 거기에 방문 연구원으로 등록해 노화 연구에 동참할 계획이다. 그다음은 도쿄대에 노화 연구소가 있고 각지자체에 노인과가 있다. 나는 지자체의 노인과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취재할 예정이다. 또 일본의 주요병원들이 고령자들에게 어떤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하는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그런데 일본은 나고야의 국립노화연구소와 도쿄대의 노화연구소를 세운 것이 1970년 이었다. 그때 일본의 고령비율이 7~8%였다. 지금 우리나라는 노령비율이 14%정도 되므로 일본은 우리의 절반 가량일 때 굉장히 발빠르게 노화연구소를 세웠다.
 

특히 우리는 고령사회가 쓰나미처럼 다가오고 있어 국민노화연구소가 절실하다. 어떻게 늙는지 연구하고, 어떤 의료체제를 만들고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 연구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국민노화연구소가 없고, 만들겠다는 생각도 없다. 우리는 너무 미래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Q. 국내 의료체계를 지적했는데 어떤 시스템을 만들면 좋을지

굉장히 어려운 주제다. 일본의 경우에는 암이나 수술환자를 급성기, 즉 중증질환으로 보고 대학병원에서 치료한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없는 질환을 '가급성기'라고 해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지역사회보건시설인 주간 데이케어센터, 재택의료에서 맡는다. 일본은 지난 20년 동안 많은 고민을 해 고령사회에 적합한 의료 서비스모델을 만들었다. 그 결과 지역중심의 큰 '포탈케어체인'을 형성해 증상에 맞게 환자들을 적재적소에서 치료와 처치, 케어를 한다. 그런 것을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다음에 고령사회에서는 치료보다 케어가 중요하다. 케어에서 일본은 독특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고령환자가 병원으로 오는 게 힘드니까 의료가 집으로 가는 그런 재택의료, 재택 케어가 활성화 돼 있다. 일본 정부가 얼마나 지원해주고 있고 활성화됐는지 관심있게 살펴볼 계획이다.
 

그리고 병원 측에서 보면 고령사회에서는 환자가 늘어나겠지만 수익률은 엄청난 위기다. 왜냐하면 같은 환자를 보는데 옷 벗는 시간도 느리고, 들어오는 시간도 느리고 설명을 하려면 꼭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청각장애도 오기 때문에 일반환자는 5분이면 되는데 고령환자는 15분정도는 봐야 된다. 그래서 똑같은 수가라면 병원은 위기기 올 수 있다. 실제로 국내 병원에서는 벌써 노인환자 기피현상이 나타나는데 노인환자에 대해서는 좀 더 충분히 볼 수 있게끔 해야 된다. 그리고 노인들을 비뇨기과나 심장내과, 신경과, 정형외과 등에서 다 따로따로 보는데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처방을 해주는 의사가 없다. 우리나라도 이젠 노년내과나 노인과가 활성화 돼야 한다.
 

또 케어의 경우 우리는 혼 밥, 혼 술을 하는데 일본은 혼 입원, 혼 퇴원이 많다. 혼자 와서 입원하고 혼자 퇴원한다. 왜냐하면 연고가 없는 사람이나 혼자 사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그렇다. 이런 문제가 우리에게는 아직 앞서가는 얘기지만 곧 닥칠 일이다. 조만간 현실화될 사안이기 때문에 조금씩 개편하고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Q. 그렇다면 의료교육도 점차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고령의학을 의대생들에게 가르치고 인턴 및 레지던트들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교육을 시켜야 한다.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소개한다. 노인 환자들은 탈수나 열이 나면 '섬망'이라고 해서 정신이 혼미해 지는 경우가 있는데 응급실 전공의들이 그런 것에 대한 개념이 없다. 그러다보니 뇌졸중인줄 알고 CT나 MRI를 찍는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의학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이 덜 돼있기 때문에 잘못된 진단 및 처치가 있을 수 있고, 노인들은 약물을 한번에 7~8개씩 먹는 사람이 많아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의사들이 그런 환자를 본적이 없으니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노인들이 여러 종류의 약물을 한꺼번에 먹으면 뭔가 부작용이 생기고 어지럼증이 더 늘어날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누군가 평가해주고 가르켜주고 피해가게 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Q.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그동안 일본이나 싱가폴과 같은 우리보다 더 고령화된 나라를 취재하면서 노인관련 전문가를 많이 양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우리나라의 노년내과의사라 해봐야 전국적으로 100명도 안되고, 가정의학과나 신경외과, 정형외과에서 세부 전문인력을 키우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을 통합하는 노인의학 세부전문의이라든지, 아니면 인정의라든지 이런 것들을 국가가 양성해서 확산시켜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일본이나 싱가폴, 스페인에서는 고령자를 대하는 의료의 컨셉이 암(癌)이 있어도 수명을 줄이지 않을 정도라면 그 암을 치료하지 않는다. 즉, 노인의학의 목표는 이 사람이 끝까지 독립적으로 잘 살아가게 하는, 잘 움직이게 하는 그래서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게 목표지,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질병을 완전히 퇴치시키는 게 목표가 아니다. 암이 있더라도 60세라면 수술을 하고 85세라면 방사선치료로 살짝 크기만 줄여 생활할 수 있게 한다. 일본에서는 퇴원하는 기준이 ‘편의점을 다녀올 수 있느냐? 이 사람이 혼자 사니까 케어할 사람이 있느냐?’ 이다. 케어할 사람이 있다면 상관없지만 혼자라면 이 사람이 편의점을 다녀 올수 있을 정도로 재활훈련을 시켜서 퇴원을 시킨다.
 

그리고 노인들에 대한 의료서비스 보장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앞으로 4~5년 뒤인 2021년에서 2022년이 되면 우리나라의 고령화를 정말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준비를 해서 노인진료수가를 충분히 올려 원활한 처치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약물을 다섯 개 이상 복용하는 사람에게는 약물평가를 받는 약물평가 수가도 만들어야 한다. 또 65세, 75세, 85세에는 노쇠검진을 받게 해야 한다. 이 사람의 근육 량이 얼마나 떨어졌고 노쇠 됐는지 파악해 노쇠지표를 만들고, 지역사회에서는 그 사람의 노쇠지표를 가지고 근력을 유지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끝까지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국가적인 검진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이찬휘 논설위원 기자 (chanhwi2001@naver.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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