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응급실 뺑뺑이' 여진…수사받는 '전공의'
정상업무 수행했는데 '환자 거부' 매도 등 고통…응급의학 교수들 "우려감 크다"
2023.06.21 12:16 댓글쓰기

지난 3월 대구에서 10대 청소년이 추락사고로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한 소위 ‘응급실 뺑뺑이’ 사건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사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정부와 경찰이 조사를 벌인 가운데, 관련 병원 소속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으며 업무와 수련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태원 압사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경찰의 고강도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사회적 재난 이슈 이후 의료계와 특히 응급의학과 의료진을 향해 행정당국의 칼날이 향하는 분위기가 지속되자 의료계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편집자주]


보건복지부는 대구 10대 사망사건 이후 경북대병원·계명대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대구파티마병원 등 4곳에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내렸고, 경찰은 의료진 및 구급대원 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중 A병원 소속 3년차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의사로는 유일하게 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전공의는 업무상과실치사는 무혐의로 결론났지만, 현재까지 응급의료법상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 혐의를 벗지 못해 수 차례 조사를 받아야 했다. 


자신을 A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라고 밝힌 B씨는 20일 데일리메디에 이 같은 상황을 전하며 답답함과 함께 억울함을 피력했다. 


B씨는 “우리 병원 전공의가 조사를 받느라 혼자서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있다. 자꾸만 그에게 형사상 책임을 지우려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사고 당시 A병원은 환자 중증도를 분류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타병원 이송을 권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B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을 운영하지 않고 있어 자살·자해 시도 등 정신과적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 사건 당일 역시 이러한 메시지를 응급의료정보상황판에 공지해 놓은 상태였다. 


B씨는 “119구급대가 사전 연락 없이 이송해왔고, 전공의가 환자를 초진하니 발목폐쇄골절이 의심됐지만 의식이 명료하고 활력징후가 안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은 자살·자해 시도 환자를 못 받는다는 메시지를 이미 올려놨기 때문에 전공의는 이를 보호자와 구급대원에게 설명했다. 이후 구급대원이 다음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다”고 덧붙였다.


"수용 불가 공지에도 환자거부 책임 묻는 불합리"

"이번에 응급의학과 전공의 형사 책임 물으면 소아청소년과처럼 지원율 급락할 것"


현재 구급대원과 전공의 측 주장이 엇갈리면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B씨에 따르면 구급대원은 자해(自害)라고 말한 적 없다. 환자가 뛰어내린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경찰은 절차와 의학적 판단에 의해 업무를 수행한 전공의에게 형사적 책임을 지우려 하고 있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환자를 진료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응급의료법상 수용능력 확인 관련 의무가 의료기관과 의사에게만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 응급의료법에는 응급구조사·의사·간호사 등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자는 응급의료기관 수용능력을 확인하고 환자 상태와 이송 중 응급처치 내용을 미리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은 응급환자 수용능력 확인을 요청받은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고, 수용할 수 없다면 지체 없이 관련 내용을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사례와 같이 의료진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향후 의료진의 응급실 기피와 이탈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C 교수는 “이미 의료기관에 행정적 책임을 물은 것도 모자라 응급의학과 의사, 그것도 전공의에게 과도한 경찰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에 이어 향후 민·형사상 책임까지 지게 한다면 응급의학과도 지금의 소아청소년과처럼 전공의 지원율이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하고 전문의들도 떠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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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다 06.26 00:23
    의사가 벼슬도 아니고 의사가 잘못했구만 뭔 구급대원이 악질입니까

    구급대 뺑뺑이 하는 병원들 돈 벌려고 하지말고 책임감 가지고 환자좀보세요
  • 응급의 06.21 15:45
    구급대원이 악질인듯..

    환자가 자살시도 한 것 알면서, 본인 책임질까봐 기억안난다 시전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