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K대학병원 내과 전공의 '집단사표'
지원자 감소 위기감 고조…중도포기→업무과중 '악순환'
2015.08.12 20:00 댓글쓰기

서울 소재 K대학병원에서 내과 전공의들이 집단사표를 냈다가 최근 복귀한 것으로 알려져 또 한 번 내과의 위기감을 실감케 하고 있다.

 

지난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내과 전공의 파업, 순천향대천안병원 내과 전공의들의 집단 반발에 이은 사태로, 안타까움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12일 이 병원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내과 전공의 1년차들이 집단사표를 제출했으나 현재는 업무에 복귀한 상태다.

 

해당 병원 내과과장은 섣부른 해석을 경계하면서 "모든게 잘 해결됐다. 다만, 수련환경에 있어 1년차 전공의와 4년차 전공의, 교수들의 체감도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러 정책과 원가에 못 미치는 수가로 정상진료를 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과를 전공하더라도 진로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생명의 근간이자 의학의 기본인 내과가 이토록 위기에 내몰리게 되고 내과를 전공하고자 하는 젊은 의사들의 급감은 앞으로 더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내과 1년차 전공의 7명은 전공의 모집 미달을 우려하며 5일간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워낙 수련환경이 열악한데다 신규 내과 전공의 지원마저 부족해 인력 부족 사태가 우려되자 투쟁에 나선 것이다. 결국 이들은 '수련환경 획기적 개선'이라는 총론과 세부사항에 합의하고 5일 후 파업을 철회했다.

 

순천향대천안병원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

 

물론 K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사표를 제출한 배경에 대해선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앞선 두 병원 사례에서 보듯 지나친 업무과중과 인력 부족이 맞물려 갈등이 확대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게다가 오는 18일 '2015년 후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을 앞두고 있어 내과 전공의들의 공백은 그 어느 때보다 커 보이는 시점이다.

 

실제 이번 후반기 내과 전공의 모집 현황[표]을 살펴보면 서울대병원 2명, 서울아산병원 2명, 삼성서울병원 1명, 가톨릭중앙의료원 4명 등 전반기 미달, 중도하차 등의 이유로 곳곳에 빈 자리가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부산대병원은 무려 6명, 순천향대천안병원 5명,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4명, 길병원 5명, 한림대춘천성심 4명, 충북대병원 4명, 강릉아산병원 4명 등 벌써부터 우려감이 제기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내과를 바라보는 전공의들의 냉담한 시선이 심각 수준을 넘어섰다"며 "비단 특정 병원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일부 전공의 파업과 집단 사표 움직임은 단면일 뿐"이라며 "4년이라는 수련기간 동안 잡무에 시달리다 시간을 보낸 후 남는게 뭐냐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는 새로울게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특히 수련을 마치고도 갈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경우가 늘다보니 당연히 내과를 기피하게 된다"며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미래는 암울하다"고 경고했다.

 

이미 전반기 모집에서 을지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북대병원 등은 내과 지원자가 전무했고 '전공의 중도 포기율' 역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이명희 회장은 "현재 대형 수련병원들에서도 내과 전공의들이 감소하지 않았냐"며 "올해 지방 수련병원들에서 대거 미달 사태 발생한 것도 무관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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