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폭력 방관하는 경찰 직무유기”
유인술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2013.07.21 20:00 댓글쓰기

“징역 3년, 5년의 형량? 법이 문제가 아니다. 법은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법을 집행해야 하는 경찰들이 문제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다 해도 경찰이 난동자를 제지하기를 꺼린다. 공무원 직무유기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

 

응급실 폭력이 또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의료진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개정된 응급의료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집행력 부재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응급의학회 유인술 이사장은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진료방해 행위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하는 선례를 보지 못했다”면서 “항상 의료진이 참고 넘어가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게 다반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단순 폭행으로 피의자 풀어주는 사례 비일비재"


법이 적용돼 처벌한 경우가 미미하다는 데 대해 의료진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 이사장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피의자 진압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사태를 지켜보다 단순 폭행으로 처리하거나 피의자를 풀어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유 이사장은 “심지어는 신고를 해도 사건 발생 후 1시간이 지난 뒤에 온다”면서 “그 때는 이미 상해, 기물파손 등 상황은 종료돼 있다”고 아쉬워했다.

 

문제는 병원측도 폭력을 행사한 피의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해야 되는 게 원칙인데 상당 수가 괜한 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피한다는 점이다. 병원의 이미지 보호 차원에서도 유야무야 처리하고 만다는 데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유 이사장은 “환자나 보호자들의 응급실 폭력은 명백히 법률 위반인데도 제도 미비로 응급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무방비로 폭력에 노출돼 있다”면서 “현재 공권력은 응급실에서는 제대로 힘 한번 않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탄했다.

 

"의료진 지켜줄 보호막 절실"

 

수술에 불만을 품었던 환자가 의사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내원한 환자가 보호자와 함께 전공의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건 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최근 응급의학회가 전국 10개 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58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3% 이상이 수련 과정 중 가장 불만족스러운 항목으로 '응급실 환자의 폭력 및 난동'을 꼽았다.

 

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빈도는 내원 환자 10만 명당 한 달에 평균 5.4회였지만 병원에서는 경찰이 응급의료센터 폭력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제 경찰의 방관자적 자세 때문이라는 응답이 92.8%로 집계됐다.

 

이러한 응급의료센터 폭력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전공의들이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대안은 '법적 장치 마련'과 '경비 인력 강화'로 모아졌다.

 

유 이사장은 “난동을 피우는 사람 대부분은 술에 취한 상태여서 제지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다른 화자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피해자 진압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사태를 키우고 있다며 원성을 쏟아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국 환자와 보호자가 휘두루는 폭력은 의료진에게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폭언과 폭행으로 인해 응급실에서는 전공의들을 지켜줄 보호막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 이사장은 “우리나라 응급의료 현장은 부족한 의료 인력과 환자의 과밀화라는 공통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가운데 응급환자의 지속적인 증가와 응급의료에 대한 기대치 상승으로 응급실의 부담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진료 방해를 일삼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형사 입건 등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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