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폭행 방지법 개정안 통과 쉽지 않을 듯'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2013.07.28 20:00 댓글쓰기

의사들이 진료실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폭언은 물론이거니와 흉기에 찔리는 등 횟수는 점차 늘어나고 강도 역시 세지는 모습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은 ‘의료인 폭행 방지’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그야말로 ‘공포’ 속의 진료 환경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통과의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지만 지난 18대 국회에서 동일한 법안이 회기만료로 자동 폐기된바 있어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시민단체 반대가 커 법안 개정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게 된다는 것과 형평성 문제를 들어 난항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사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제도적 대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또 현재 의료진을 폭행으로부터 보호하는 법률은 어떤 것이 존재할까.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이자 법무법인 로고스 최진녕 변호사[사진 下]를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지난해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의료인폭행방지법’을 발의했다. 법률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회 통과 가능성이 있나

 

결론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만들고, 폭행 등 범죄를 행하는 이들로부터 의료진과 환자를 보호하자는 ‘의료인폭행방지법’의 입법 취지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법’은 발동하는 강제권으로 최소화해야 다. 현행 형법을 들여다보면 의료기관 내 폭력 행위를 폭행죄나 상해죄 또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기에, 의료법을 개정하면서까지 가중처벌 규정을 둬야 하는지는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형평성 논란도 있다. 만일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의료인 이외에 다른 전문직군의 유사한 입법 구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 치과의사, 한의사, 변호사 등 다른 전문인들도 의료인과 유사한 위험에 노출된 경우가 많기에 국회로서는 의료인만 의료법을 개정해 폭행 가중 처벌 규정을 마련해줄 경우, 다른 단체로부터 유사한 요청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측면에서 형평성 문제가 전면으로 부각될 수 있다.

 

또한 환자단체 반발 역시 극복해야 할 문제다. “환자와 가족들까지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방안이 나와야 한다.

 

Q. 현행 법률 상 의료인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법률이 충분하다고 했는데

 

먼저, 형법상 ▲주거침입죄 또는 퇴거불응죄 ▲폭행·협박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업무방해죄를 적용시킬 수 있다.

 

병원 진료실은 형법상 ‘점유하는 병실’에 해당하므로 범죄행위인 폭력을 위해 진료실에 들어왔다면 형법상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 허락을 받고 진료실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폭행·협박 등으로 인해 진료가 어렵다고 판단, 의사가 제시한 퇴거 요청을 거부했다면 퇴거 불응죄도 적용된다.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진료실 내에서 의사나 환자를 폭행할 경우에는 형법 제260조 및 제283조에 의거, 폭행죄 및 협박죄가 성립된다. 특히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데 이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따라서 합의가 되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폭행을 넘어 상해를 입힌다면 상해죄가 성립됨과 동시에 합의해도 처벌을 받게 된다.

 

집단적, 또는 상습적 폭력행위 등을 범하거나 흉기 및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폭력행위를 범하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내려질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병원에서 농성을 하거나 시위를 하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민사적으로는 업무방해금지 내지는 접근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

 

Q. ‘의료인폭행방지’ 법안 통과가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계가 불안해 하는데 대안은

 

의협 및 시도의사회가 경찰서 등과 MOU를 체결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또한 이른바 ‘의료인폭행방지법’ 입법이 쉽지 않다면, 오히려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개정해 CCTV를 설치해 진료실 내부 상황을 녹화하거나 녹음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병원 내 CCTV나 녹음시설을 설치하게 되면 환자는 의료진으로부터의 부당한 의료행위를 감시할 수 있고, 의료진 역시 외부인의 폭행·협박행위를 억제할 수 있어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환자의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는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

 

국회에서의 입법 절차는 상당히 복잡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할 뿐더러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보건복지위원회에 속한 의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는 있겠으나, 법제사법위원회 등 다른 기관을 설득하지 못하면 의료법 개정 시도는 번번히 좌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의료계는 입법 절차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관에 입법컨설팅을 의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Q. 변호사 역시 의뢰인을 상대하기에 의료인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률 전문가 집단인 만큼 의료계가 벤치마킹 할 제도가 있다면

 

첫째로, 변호사 역시 의뢰인이나 상대방 측에 의한 폭행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신변의 위협을 받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협회 및 지방변호사회에 연락해 신변보호 요원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유사 시 회원지킴이 콜서비스로 연락하면 지킴이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둘째로, 최근 들어 법조계 역시 법정에서의 변론 내역을 녹화하거나 녹음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재판장의 막말을 방지하고, 재판 기록을 정확하게 남겨 충실한 재판을 하자는 취지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최근 전국 변호사들에게 법정 녹음, 녹화 여부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 그 내역을 정리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의료계도 법조계 상황을 참고해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998년 10월 31일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간담회와 같은 행사를 통해 의료와 법률이 중첩되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두 전문가 단체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공익적인 영역에서 사회 공동체에 기여하는 길을 모색해나갈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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