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받는 산부인과 의사의 '힐링 레시피'
순천향대구미병원 산부인과 황인철 교수
2012.09.16 20:00 댓글쓰기

‘아내가 샤워할 때 나는 요리한다.’ 인터넷 상에서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책 한 권이 있다. 남자들에게는 공공의 적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아내가 샤워하는 사이 그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는 자상한 남편의 스토리는 여자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더욱이 여자의 심리를 잘 이해할 것 같은 그 남편이 아기를 받는 산부인과 의사라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최근 요리 에세이를 발간하고 바쁜 활동에 여념 없는 순천향대구미병원 산부인과 황인철 교수에게 요리, 그리고 의사로서의 즐거운 인생을 들어봤다.

 

“저의 향기로운 음식과 구수한 추억이 담긴 책을 보면 솔직히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고 해야 하나요? 행복의 결과물을 보고 늘 웃고 있습니다.”

 

최근 요리 에세이 ‘아내가 샤워할 때 나는 요리한다’를 발간한 순천향대구미병원 황인철 교수[사진]는 이처럼 소감을 전했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황 교수는 가족이나 지인을 위해 만든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는 인터넷 까페를 운영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레시피와 산부인과 정보, 일상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까페 ‘아기받는 남자의 아주 특별한 레시피’는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는 곧 책 발간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집은 늘 지인들의 파티 장소였는데 이 공간이 인터넷 까페로 옮겨갔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사실 교수로 재직하고 아내가 둘째를 임신하면서 가족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음식을 본격적으로 만들게 됐다. 처음 한 두 개가 지인들 초대로 이어져 지금의 까페를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공간에 많은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책 집필이 시작된 것이다. 사진 찍는 것에서부터 글 쓰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황 교수의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난 결과물이다.

 

황 교수는 “사진 찍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다. 2년 전 사진은 너무 형편없었지만 남자의 투박한 요리를 보여주기에 안성맞춤”이라면서 “글을 쓰는 것은 사진 찍는 것에 비해 오히려 쉬웠다. 음식의 향기를 사진으로 전달해야 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며 후일담을 전했다.

 

그의 요리 스토리는 차가운 진료실 공기도 훈훈하게 만드는 좋은 재료다. 남성 산부인과 의사에게 선입견을 갖곤 하는 여성 환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소통 매개체인 셈이다.

 

그는 “조그마한 진료실에서 의사와 환자 관계는 딱딱하기 마련이나 살짝 음식이나 요리 이야기를 하면 달라진다”면서 “막연한 무서움과 두려움 때문에 긴장한 환자 얼굴도 어느덧 웃음을 띈다. 환자와 수다 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음식은 이렇듯 소중한 존재”라고 떠올렸다.

 

요리에 빠진 산부인과 의사. 이를 관통하는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그는 주저 없이 ‘기다림의 미학’을 꼽았다.

 

그는 “음식을 가장 맛있게 만드는 방법은 음식에 대한 나의 신뢰와 기다림이다. 뚜껑을 자주 열고 간을 보면 음식의 맛은 산으로 간다. 분만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자꾸 내진하면 분만을 할지 수술을 할지 혼동이 오게 된다. 산모 옆에서 나만의 경험을 통해 자신감 있게 분만을 진행하는 산부인과 의사, 기다릴 줄 아는 의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내 이어 아들 위한 책 준비

 

많은 공감을 끌어낸 첫 책 발간과 동시에 황 교수는 벌써 두 번째 여정을 준비 중이다. 첫 번째 책이 아내를 위한 책이었다면 아들을 위한 책이 될 것이란 귀띔이다.

 

그는 “곧 두 번 째 책 지필을 시작한다”면서 “아들과 둘이 캠핑을 떠나면서 자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책으로 담을 예정이다. 물론 음식은 빠지지 않는 소재”라고 소개했다.

 

물론 요리는 이제 그와 뗄 수 없는 중요한 삶의 일부가 됐지만 본업인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소명은 여전하다. 특히 분만하는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황 교수는 “최근 방송 출연이 많아지면서 바쁜 것은 사실이지만 아기받는 일은 더욱 열심히 할 것”이라면서 “본업에 충실하다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다.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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