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한의사, 서로 검증하는 노력 필요'
대한의사ㆍ한의사복수면허자협회 나도균 회장
2012.10.14 20:00 댓글쓰기

현대의료기기 문제가 사그라드는가 했더니 천연물신약 문제가 불거지고, 다시 한방 재활의학교과서를 놓고 한의사들과 의사들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각자 서로 전문영역이 확실하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는 가운데 양쪽 영역을 모두 공부한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단체의 나도균 회장을 만나 최근 한의계와 의사 대립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편집자주]

 

“한의학은 의학이 하지 못하는 부분 보충해야”

 

나도균 회장[사진]은 지난 79년 가톨릭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정의학과를 전공하다가 경희대학교 한의대에 입학했다. 그는 의학의 한계를 보고 한의학에서 대안을 찾았다

 

나 회장은 “의사가 되고 나서 치료를 하다가 이론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처음에는 자신이 잘 못해서 그런 것인가 했지만 그런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나도균 회장은 의대를 졸업하고 나서 무릎이 시리다는 어머니에게 “무릎이 시리다는 병은 의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면서 “무릎이 시린 사람은 있는데 병이 없다는 게 이상하다”며 의문을 가졌다. 또 군의관 시절 무릎에 얼음이 붙은 것 같은 경험을 하고 나자 의문은 더욱 커졌다.

 

그래서 찾은 대안이 한의학이었다. 다만 의학을 버리고 한의학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둘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도균 회장은 “환자가 손이 저리다고 했을 때 통증 부위가 신경과 일치하면 디스크를 의심해야겠지만 그 부위가 아니라면 다른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 보면 안 맞는 경우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의학이 의학이 할 수 있는 것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마황의 주성분이 에페드린이다. 에페드린 효과를 내려면 마황이 아니라 에페드린을 쓰면 된다. 마황을 쓰려면 에페드린이 내지 못하는 다른 효과가 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의학은 만성적인 면에서 장점이 있다. 나 회장은 “서양의학은 병의 원인을 억제하거나 차단하는 방법이라면 한의학의 가치는 액티베이션(activation)에 있다”고 설명했다.

 

항생제를 쓸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약한 사람에게도 보약과 같이 쓰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의사의 한의계 비판과 한의계의 의사 비판, 근거 부족

 

나도균 회장은 의사가 한약 간독성을 비판하는 것이나 한의계가 현대의료기기 등을 사용 주장에 대해 모두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비판을 하려면 검증을 통해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양측 모두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 회장은 “현대의학으로 설명이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면 ‘말도 안돼’라고 무시하지 말고 검증을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의계 주장에 대해서도 “배워서 쓸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인 영역”이라며 “한의학 치료를 현대의료기기적인 방법으로 검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의학 이론에 따라 치료를 하고, 그 경과를 진단기기로 검증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한약으로 간수치가 떨어진 적이 있다”며 “이러한 부분은 진단기기로 확인해야 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최근 문제가 된 천연물신약과 현대의료기기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어보았다. 나도균 회장은 “한약을 현대의학적인 방법을 거쳐서 성분을 추출했다면 그건 현대약이 맞지만 현존 천연물신약은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한의사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한의계의 배타적 사용 주장에는 ‘반작용’이라고 이해했다. 그는 “한약을 한의사가 못쓰게 한데 따른 반작용일 것”이라며 “모두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ㆍ한 같이 발전해야"

 

대한의사ㆍ한의사복수면허자협회는 오는 10월28일 첫 번째 학술대회를 앞두고 있다. 의사와 한의사 모두를 초청해 강연을 할 계획이다.

 

나 회장은 “의사와 한의사가 서로 만나지 않으려고 해 개최가 어려웠다”며 “의사와 한의사가 같은 주제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해야 논의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문은 막을 수가 없는 것”이라며 “현재 서로 닫혀 있는 양방의 문호가 열려서 자연스럽게 같이 발전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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