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작지만 가능성 보고 내년 3월 기대해달라'
이경영 건국대 충주병원장
2012.10.28 20:00 댓글쓰기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거리. 충주 시내에 진입해 사과나무 가로수길을 가로질러 달리다 보니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일(10월 16일)이라 그런지 병원은 다소 한산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이경영 충주병원장[사진]의 집무실은 병원 본관 옆 행정동에 위치해 있다. 서울 건국대병원장까지 역임한 그가 충주로 가자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병원장도 그런 시선을 잘 안다. 그는 기자에게 "재단으로부터 과감하게 병원을 운영해도 좋다는 약속을 받고 내려왔다"며 "병원을 경영하는 데만 하루가 모자라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경영 병원장 일문일답.

 

Q. 서울 병원장을 역임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A. 충주병원은 501병상을 운영한다. 직원도 600명이 넘는다. 서울병원보다 규모가 작지만 발전 가능성을 봐야 한다. 내가 할 일은 조직원들이 요구사항이나 애로사항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해결해주는 거다. 서울에서 활동한 전임 병원장들이 지방에 가는 사례가 있다. 나처럼 현직은 드문 경우라고 들었다. 충주병원 분위기를 개선하고, 발전해달라는 의미에서 책임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 고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막상 부탁을 받으니 거절하기 어려웠다. 충주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국내 의학교육의 모태였던 충주병원을 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보람된 일이다.

 

Q. 그래도 서울보다 환경이 열악하지 않나

A. 물론이다. 지리적 한계로 우수한 의료진을 확보하기 어렵다. 좋은 의사 인력을 관리하는 게 급선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인구다. 충주시 인구는 약 20만명이다. 서울 의료기관을 선호하는 환자 쏠림현상을 목격했다. 며칠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면담했는데, 다른 지역에서 온 병원장들도 똑같은 고민을 말하더라. 부산이나 대구 같은 대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전공의 문제 역시 그렇다. 의과대학 졸업생 절반 이상이 서울로 간다. 이는 수익 악화로 이어지고 첨단 의료장비를 구축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악순환이다. 지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무리를 해서라도 최첨단 장비와 우수 의료진을 확보하려고 한다.

 

Q. 지역민 신뢰를 얻을 묘책이 있나

A. 수도권 이탈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우수한 인프라는 기본이고,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곳에는 노인인구가 많다. 노인성 질환과 성인병 질환을 주목해야 한다. 지역이 넓고, 사고가 잦다는 것이 특징이다. 응급의료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다. 앞으로 응급의료센터를 활성화하고, 신속한 진료가 이뤄지도록 하겠다.

  

Q. 현재 규모는 적당한가

A.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300병상 규모의 요양병원 신설이 요구된다. 장기적 과제다. 이미 병원 부지는 마련돼 있다. 노인성 질환과 정신질환, 당뇨 등 관련 분야를 모아 맞춤형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시설을 갖추면 충북 진료권을 충분히 책임질 수 있다. 인근에 충주의료원이 있지만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Q. 지역 특성을 고려해 선택과 집중이 중요할 것 같다

A. 재활의학 등의 분야에서 진료의 질을 높이고, CT(컴퓨터 단층촬영)와 MRI(자기공명영상) 등 노후장비 교체를 추진 중이다. 병리과를 강화해 진단의 정확성을 높일 계획이다. 원내에 젊은 의료진이 많아 다들 의욕적이다.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려고 한다. 대학병원에 걸맞은 진료 시스템을 갖춘 후에 지역민의 마음을 사겠다.

 

Q. 많은 재원이 필요할 텐데

A. 별도 지원 없이 단독으로 할 자신이 있다. 의료기기는 리스 계약으로도 충분히 구비한다. 취임한 지 한 달이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추석연휴 다소 부진했으나, 최악은 넘겼다는 판단이다. 3~4개월 추이를 보면 희망이 보일 것이다. 실제로 추석 이후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병원이라는 곳이 국가의 보조가 없는 이상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의료진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주면 선순환 구조가 생긴다. 의료진이 신바람나게 일하도록 하겠다.

 

Q. 앞으로 계획은

A. 현재 수익구조는 흑자와 적자를 오가고 있다. 2013년 2월까지 완벽한 흑자구조를 정착하겠다. 내년 3월까지 첨단 의료기기 도입을 마치고, 전략적인 홍보를 진행하면 기반이 닦일 것이다.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익을 떠나 좋은 병원이 되는 게 중요하지 않나. 5개월 이후를 기대해달라. 취임 직후 온종일 뭘 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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