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양성기관 이해 없어, 의대교육 질(質) 하락 우려'
2011.10.23 21:58 댓글쓰기
대법원은 지난 13일 학교법인 을지학원이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제기한 '감사결과처분요구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을지대 의과대학 협력병원 의사들의 교수신분을 현 상태에서 유지할 수 없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대학 전임교원으로 임용해 협력병원에 파견 형식으로 근무 중인 전속 전문의들의 교수 권한이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데일리메디가 이번 사안의 당사자격인 을지대 의과대학 백태경 학장[사진]을 만나 향후 대응방향을 들어봤다.[편집자주]

"당혹스럽고 섭섭할 따름입니다. 교과부 담당자 등을 만나면 여러 부분에 있어 설득과 설명을 했지만 감동을 주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백태경 학장은 "사법부가 의과대학이 가진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의사 양성기관들은 우수한 의사를 키워내기 위해 실력 있는 교수를 많이 확보해야 하지만 그 가능성마저 잃게 됐다"면서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교과부 내 의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국내 대다수 의과대학이 관행처럼 협력병원 의사의 교수 신분을 유지해온 이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백 학장은 "사법기관에서 내린 결정에 대해 함부로 떠들 수 없는 입장"이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교과부 조치의 당사자로 소송을 내면서 이 문제에 대한 대표주자처럼 돼 있지만 현재로서는 의료계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비쳤다.

각 대학병원이 우수한 교수들을 확보하면서 이제까지 국내 의료발전을 이끌어 왔다는 생각에서다. 이는 한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과대학, 아니 의료계 전체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교육수준 질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됐다. 실제 1600여명에 달하는 고도로 트레이닝을 받은 우수한 인력이 교수직을 박탈당한 부분은 우리 의료계로서는 분명 위기다.

백태경 학장은 "봉직의보다 훨씬 낮은 급여수준에도 불구, 우수한 인력이 대학에 남아 학생들과 호흡한 덕분에 국내 의학 수준이 이만큼 올라서게 됐다"면서 "이번 판결로 교수들이 당장 떠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우수한 교수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서울·서울아산병원 등 모두 모여 해법 모색"

이번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을지병원과 유사한 형태로 전임교원을 파견하고 있는 관동대 명지병원,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가천의대 길병원,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차의대 차병원 등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이들 의대 협력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전임교원만도 1600여명에 달한다.

백 학장은 "사립대학인 만큼 재단과 협의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아직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진 않았지만 우리보다 더 큰 문제에 놓인 삼성, 아산병원 등과 모두 모여 얘기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판결에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된 사립의대들은 현재 의료계 상황을 알고 나서 스스로 판단을 부정한 교과부와 국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교과부는 사립의대 교원이 의대 부속병원이 아닌 협력병원에서 '겸직'할 수 있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마련,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소급적용이 되지 않으면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병원협회는 "교과부 개정안이 개정 시점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과거 협력병원 겸직은 위법하다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소급적용 규정을 둬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백 학장은 "대법원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을 알았기 때문에 판결을 미뤄왔지만 국회에서의 논의가 진전이 없자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안다. 지난 정권 말기의 실적 위주의 조급한 명령이 대한민국 의료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오게 됐다"고 재차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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