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상당히 무겁다'
2011.10.30 11:19 댓글쓰기
산부인과 의사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끝을 알 수 없는 저출산 현상에서 비롯된 분만환경 악화는 곧 산부인과의 ‘미래와 비전’이란 명제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그 여파는 환자 수 감소와 전공의 부족, 경영난 등으로 확대되면서 회의감과 사명감ㆍ자존감 상실 등까지 토로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양산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분만수가 인상과 무과실보상제도 등 정책적인 고려가 일부 이뤄지기도 했지만 의사들의 성토는 여전히 거세기만 하다.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이 때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새 수장을 맞았다. 회원들의 수많은 기대를 어깨에 짊어진 김선행 신임 이사장(고대안암병원)[사진]을 데일리메디가 만나봤다.

김선행 이사장은 “어깨가 상당히 무겁다”고 운을 떼면서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데 그저 일조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가적 당면 과제의 최일선에 있지만 과거와는 사뭇 다른 산부인과 진료 환경은 폐업과 정통 진료 영역 붕괴로 이어졌다. 분만할 수 있는 병원도, 아기를 받을 수 있는 전문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는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 군데에서 시작된 문제들이 한꺼번에 불거져 나오면서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 같다”며 “경쟁력 있는 산부인과, 진료 환경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저출산 극복ㆍ수가 현실화ㆍ전문성 확보”노력

무엇보다도 경영난 해소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 첫 발로 공익 사업 등을 통해 임신과 출산 장려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선행 이사장은 “경영난 해소를 위해서는 우선 저출산 문제를 정부와 함께 적극 대응해야 한다”면서 “임산부의 날 행사를 비롯해 편의 제공 등 다방면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극복이라는 것이 사실상 사회 전반에 걸쳐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기에 이와 더불어 학회에서는 보험수가 현실화와 수가항목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똑같은 파이로 인해 진료 과별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현실만큼은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

그는 “산부인과의 비현실적인 수가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파이는 똑같은 상황이라 수가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렵다. 공감대가 큰 만큼 학회 차원에서 집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산부인과 내에서는 수가 저평가와 의료행위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계속되고 있는 터라 난이도와 수술법, 수술시간 등에 따라 행위분류를 세분화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산부인과만의 영역을 확보하는 전문성이 부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어쩔 수 없이 산부인과 정통 진료 영역을 포기, 피부와 비만 등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견해다.

김선행 이사장은 “산부인과라 하면 임산부가 찾는 곳이란 인식이 강하다”며 “여성의학에 관한한 전문성을 갖춰야 하며, 국민들의 오해와 인식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과거 산부인과 전문의들 가운데서는 진료과 명칭 변경을 통해 활로 모색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번번이 논의의 장으로 나오진 못했다.

그는 “임신과 관련된 여성만 찾는 곳이란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면서 “개인적으로는 타과의 지장이 없는 선에서 여성의학에 대한 인식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개원가와 소통-무과실보상 재원 부담 말도 안돼”

이토록 현안이 쌓인 산부인과는 현재 의사들 간, 대학병원과 개원가 간 일치된 뜻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기에 오래된 소통 부재에도 변화를 다짐했다.

김선행 이사장은 “교수나 개원의사나 산부인과를 걱정하고 변화시키려는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환경에 따라 갈등이 생길 수도 있으며 반응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 서로 양보하고 어려울수록 단합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음의 문을 열고 단체끼리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에 부응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산부인과 핫 이슈인 의료분쟁조정법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보다 긴밀한 대화와 결속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는 “의료분쟁조정법과 관련 독소조항이 분명 있다. 특히 무과실보상제도 재원마련에 있어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며 “시급한 문제부터 하나씩 접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 산부인과가 정말 어렵다. 하나 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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