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소원 경만호 회장, 새로운 입장 표명 기대'
2011.12.11 09:01 댓글쓰기
지난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는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과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이 국민건강보험 재정통합 헌법소원과 관련한 1인 시위를 벌였다. 정동영 의원과 경만호 회장은 이날 각각 “보편적 복지를 위한 국민건강보험제도 수호”와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제도 구축”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의 만남 이후 의료계의 핫 이슈로 급부상한 국민건강보험 재정통합 헌법소원. 데일리메디는 정동영 최고의원으로부터 이번 헌법소원과 관련한 생각과 의료계에 전하는 메시지를 들어봤다.[편집자주]

Q. 1인 시위에 나선 계기가 궁금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 등이 낸 헌법소원 청구는 우리 국민의 민생과 국가의료제도의 백년대계라는 입장에서 볼 때 심각하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의료민영화와 한미FTA를 반대하는 당론을 확고히 견지하고 있는 입장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의 핵심은 현행 통합 건강보험체계를 쪼개자는 것이다. 지역가입자보다 직장 가입자가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해 손해를 보고 있으므로 평등권과 행복권추구권이 훼손되고 있다는 게 주장의 핵심인 것으로 알고 있다.

경만호 회장을 비롯한 청구인들의 주장처럼 통합재정이 위헌이라면 상식선에서 봤을 때 재정이 직장가입자 체계와 지역가입자 체계로 쪼개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다.

Q. 경만호 회장은 이번 사안이 의료민영화 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인데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보다 정직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와 의료계 전체가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상황을 간절하게 소망하며 경만호 회장이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고, 국민의료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 기꺼이 함께 하겠다는 새로운 입장을 밝혀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2000년 7월 의료보험이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으로 통합될 당시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은 직장가입자였고, 나머지 절반은 지역가입자였다. 하지만 2003년 재정통합 이후 고소득 자영업자 등이 대거 직장가입자로 편입되면서 현재는 직장가입자 70%, 지역가입자는 30%로 구성 비율이 달라졌다. 현재 지역가입자들은 영세자영업자, 도시영세민, 농민, 은퇴자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대다수다.

이런 상황에서 논의되는 재정 분리는 적절치 못하다. 지역가입자 재정은 만성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고, 전반적인 건강보험 보장성은 축소될 것이며 민간의료보험 의존도는 상승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민간의료보험의 영향력 확대와 의료 장악은 필연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의 ‘식코’형 시장주의 의료제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Q. 현 건강보험체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의료계에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건강보험이 보편적 복지기능을 다하려면 제도 정비가 필요하지 않나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제도의 틀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보건복지부도 여러 차례 이미 이러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이미 강대국이었던 유럽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와 대만의 의료보험제도가 세계적 인정을 받고 있다. 특히, 1977년에 미약하게 시작해서 12년 만에 전국민의료보험을 달성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의료계를 포함한 우리 국민 모두의 승리이자 역사적 성과이며 ‘통합’과 ‘사회연대성’의 강화라는 세계적 의료보장의 흐름에 잘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이 낮은 것은 큰 문제라는 것을 인정한다. 우리나라의 보장성 수준은 60%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30개 국가 중에서 27위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유럽 복지국가 수준으로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평균 수준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총의를 모아야 한다.

Q. 재정통합 이후 보험료 부과기준은 이원화가 심화됐다는 지적인데

이 부분에 대해 일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보험료 부과체계가 이원화돼 있다고 보지 않는다. 건강보험료는 우리 국민 각각의 경제적 부담 능력에 따라 내면 되는 것이다. 직장가입자의 경우에는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지역가입자의 경우에는 추정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메기는 것이다. 이는 양자 간 처한 조건의 차이를 반영한 것일 뿐, ‘소득’ 단일 기준이라는 데는 동일하므로 부과체계의 이원화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최근에는 직장가입자들의 근로소득 외에도 금융소득과 임대소득 등에도 보험료를 부과해야한다는 정치사회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소득’ 단일부과체계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것이다.

Q. 경만호 회장은 “건강보험 정책을 정치적 이슈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이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의견을 나눌 의향은

건강보험 문제는 매우 중요한 ‘민생’ 이슈 중 하나다. 이 점에 대해서는 모두 이견이 없을 것으로 안다. 중요한 민생 이슈를 전문가들에게만 맡기라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 민생의 주요 이슈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정치사회적으로 다뤄져야한다.

건강보험의 미래에 대해서는 이미 전문가들도 여러 가지 의견을 밝히고 있고, 그 내용도 외부에 많이 알려져 있다.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민의를 올바르게 대변하려고 노력할 따름이다. 이런 과정에서 누구와도 만나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

Q. 건강보험 통합과 관련한 향후 대응방안, 지향점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나아가야할 방향이 복지국가라고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 중 하나가 바로 국가의료제도다. 의료공급 측면의 공공성 강화와 함께 의료재정의 공공성 강화, 즉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데 관한 일이라면 혼신의 힘을 다 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행복하게 사는 복지국가의 핵심은 보편주의다. 국민건강보험은 우리나라의 모든 복지제도 중에서 보편주의를 가장 잘 달성하고 있는, 우리 국민이 가장 지키길 희망하는 제도이며 이러한 국민적 소망이 완전하게 달성되는 데 있어 우리 모두 힘을 모을 수 있길 기대한다.

Q. 마지막으로 의료계에 한 마디

의료민영화와 의료영리성의 강화가 결국 국민과 의료계 간의 거리를 더욱 멀게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의료공급자인 의료계 없이 국가의료제도는 유지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의료서비스를 소비하는 국민 없이는 의료계도 존재할 수 없다. 길게 보고 함께 가야한다.

‘모든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할 수 있도록, 그래서 중산층과 서민의 의료불안이 해소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도록, 의료계를 포함한 우리 사회 각계, 그리고 우리 국민의 통 큰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길 희망하며, 이 일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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