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의학에 푹 빠진 생머리 여교수
2011.12.18 16:47 댓글쓰기
고대구로병원 김성은 교수는 핵의학을 전공한 1세대 여의사다. 긴 생머리를 기르고 게임을 좋아하는 그가 해외 학술대회에서 일을 냈다. 심혈관센터 서홍석·김응주 교수팀과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로마에서 열린 '2011 유럽 다학제간 혈관내 치료학회'에 참석해 1등인 '2011 임상논문 대상'을 받았다.

김 교수팀은 작년 학술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었다. 2년 연속 수상한 것이다. 대상의 영예를 안긴 논문 주제는 '심혈관 고위험군 환자에서 양전자 단층촬영을 이용한 동맥경화 염증 활성도와 내장 지방대사능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이다. 상금을 거머쥔 김 교수는 부상으로 내년 학회 초장장을 받았다.

지난 16일 만난 김 교수는 수줍음 많은 미소로 "놀랍고 벅찬 순간이었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제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실수 연발이었죠.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와 기뻐요. 영어 발음에 신경 쓸 바에야 자신감을 갖고 외국 석학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논문 내용을 무작정 외우기보단 어떻게 효과적으로 설명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는 핵의학의 매력을 쉼 없이 설명했다. 핵의학을 예찬하는 여교수에게서 수줍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첨단 달리고 넓은 상상 영역이 매력"

핵의학은 의학계에서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최첨단 의학의 한 분야다. 핵의학 전문의 시험은 1990년대 후반에 등장했고, 김 교수는 2001년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핵의학 1세대인 셈이다.

2007년 전임교수 발령 전까지 펠로우 과정을 거쳐 원자력의학원에서 진료와 연구를 병행했다. 그때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핵의학은 영상과 진료를 접목하는 신생 분야여서 여의사들의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김 교수가 핵의학을 택한 이유도 비슷하다. 역사가 짧아서 오히려 상상하고 개척할 여지가 넓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서울대병원에서 핵의학을 접하고 매력을 느꼈어요. 첨단을 달린다고 할까요. 사실 영상의학만 하려고 했는데, 독창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영상을 다루면서도 진료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었다. 김 교수는 "핵의학은 임상과 영상 분야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이 가능하다"며 "동위원소를 개발해 치료도 한다. 그런 면에서 지겨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핵의학 예찬론을 이어갔다.

김 교수는 "여의사들이 내·외과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지만, 핵의학 분야만큼은 여성 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며 "어찌 보면 핵의학 1세대로서 재능 있는 후배들이 많이 진출했으면 한다. 그런 측면에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문의 모호성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으로 바뀌기보단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거나 병원마다 특성이 다르다는 점이 매번 신기하다고.

그는 "핵의학은 다른 진료과에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융합의 여지가 넓다"며 "핵의학을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거다. 그래서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사업이나 과제에 도전할 수 있고, 열정적인 여의사들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어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며 "융합이 경쟁력인 시대에 핵의학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트레이드 마크 왜? 귀찮아서요"

김 교수의 트레이트마크는 긴 생머리다. 보수적인 대학병원에서 긴 생머리 가진 교수는 흔하지 않다. 그래서 물었다. 왜 기르느냐고. "귀찮고 시간도 부족하다"는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기르고 싶어서라기보단 미용실 가는 게 귀찮아요.(웃음). 여자들은 미용실 가면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그러고 보니 미용실 구경한 지도 1년이 다 됐네요."

그러면서도 "생머리가 어색하지 않고, 탈모가 생기지 않은 한 계속 기르고 싶다"고 웃었다. "연구와 진료도 중요하지만 즐기는 방법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제 취미가 뭔지 아세요. 바로 게임이에요.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하는데, 소통하고 싶어 배웠죠. 그런데 재미를 느껴 취미가 됐네요. 전 컴맹이었거든요.(웃음)"

김 교수는 게임이 지루해지면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여행을 떠나 머리를 식힌다. 고된 연구와 진료 속에서 나를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핵의학 분야에는 당차고 똘똘한 여자 후배들이 많아요. 그런데 레지던트 1~2년 차 때부터 자신의 실력을 부각하려고 해요. 물론 교수 못지않은 업적을 낸 경우도 있지만, 저는 길게 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김 교수는 "호기심을 충족한다는 면에서 핵의학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지만, 성과에 대한 집착으로 실망하거나 도중에 하차한 후배를 여럿 봤다"면서 "전공의 시절에는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진료도 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의학을 경험하라는 조언이었다.

또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후배들이 핵의학을 선택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척할 분야가 많으니 상상은 꼭 필요한 요소죠. 방사선 안전관리 등 진료실 밖에서 활동할 여지도 많아요. 그래서 후배들이 천천히 보고 느긋하게 갔으면 좋겠어요."

김 교수에게 핵의학의 정의는 재미이다. 재미가 있어 흥미롭고, 그래서 지루하지 않게 연구를 하게 된다는 것. 중독성이 있어 게임을 하듯 지낸다고도 했다.

"10년 후에는 제가 계획한 것들이 조금이라도 완성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몇 가지 테마를 정해 진행할 생각인데, 공개하기는 어렵네요.(웃음) 아! 물론 가정도 잘 돌봐야 하고요. 똑똑한 후배들이 이 점을 잘 생각하길 바랍니다. 핵의학을 하고 싶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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