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의학도 꿈 장기기증으로 만개
가톨릭대 의학전문대학원 故 차효정 학생 어머니 정영희씨
2012.03.04 20:00 댓글쓰기

냉혹한 경쟁사회에서 나눔의 삶을 기대하기 힘든 요즘이다. 내 것 챙기기도 벅찬 이 때 나눔은 김수환 추기경과 같은 성직자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 하지만 나눔 실천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전도 유망한 의대생이 남기고 간 나눔은 의료계 안에서도 뜨거운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2월 말 못다 핀 의사의 꿈을 생명 나눔으로 실천해 훈훈한 감동을 준 사연이 의료계에 회자되고 있다.

 

▲고 차효정 학생 영정사진
가톨릭대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故 차효정 학생은 지난 19일 스키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두개골 절제술과 혈종 제거술을 받았다.

 

하지만 23일 오후 서울성모병원으로 후송,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뇌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유족은 평소 고인의 뜻을 고려, ‘장기기증’이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고 차효정 학생은 지난 26일 새벽 5시 심장, 간장, 췌장, 신장 2개, 각막 2개 기증을 통해 모두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났다. 췌장과 신장 1개는 한 명의 환자에게 동시 기증됐다.

 

고인의 어머니 정영희 씨(53)는 “내가 식물인간 됐을 때 아이는 어떠한 결정을 했을까 생각해 봤다. 평소 아이의 성품이라면 아마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 믿는다”고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전했다.

 

이번 장기기증 결정에는 종교적 신념의 영향이 컸다. 평소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고인은 평소에도 나눔과 사랑에 대한 인식이 뚜렷했다는 전언이다.

 

더욱이 신부를 비롯 지도교수와 의과대학장 등이 전해준 진심어린 기도와 말은 장기기증 결정을 내리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정영희 어머니는 “딸 아이는 원래 대담하고 당찬 아이였다”면서 “본인 생각 역시 같지 않을까 생각하고 평소 그런 말을 했던 아이다. 신부님과 지도교수, 학장님 등 많은 분들의 도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고인은 의사로서의 꿈이 남다른 학생이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 공학도로서의 길을 갈 것이라고 여겨졌지만 결국 고 차효정 학생은 새로운 꿈을 이루고자 의학도의 길을 선택했다.

 

여전히 친구, 선후배, 가족들 사이에서 고인은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는 학생”으로 기억되고 있다.

 

정영희 어머니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바로 취직 할 줄 알았다. 남다른 꿈이 있어 진로를 의학으로 바꿔 진학한 것 같다. 무엇이든지 열심히 해 걱정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사고 정황이 명확치 않아 현재 목격자를 찾고 있지만 부모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전해왔다.

 

그는 “목격자를 찾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부모 마음은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그저 ‘효정이의 부주의로 사고가 난 것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욱 크다”고 했다.

 

고인을 떠나보낸 날 장례미사가 치러졌다. 가족, 친구, 선후배 등이 함께한 자리였다. 어머니는 “장례 미사 당시 신부님께서 효정이가 수석 졸업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를 했다. 위안이 됐던 말”이라고 스스로를 추스렸다.

 

못다 핀 꽃 한송이는 결국 6명의 새로운 생명으로 만개할 것이다. 보낸 사람이야 한없이 슬프지만 새로운 생명을 선물 받은 이들을 통해 삶의 행복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의학도의 꿈을 품었던 한 학생의 생명나눔 실천 사연으로 찬바람 가득한 의료계에도 모처럼만에 따뜻한 기운이 돌고 있다.
 
(유족의 요청으로 정영희 씨 사진은 고 차효정 학생 영정사진으로 대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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