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중재원, 의료계·국민 모두에 편익'
2011.05.15 12:07 댓글쓰기
지난해 8월, 30여년에 걸친 공직생활을 마친 보건복지부 유영학 전 차관[사진]. 그는 차관 이임식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제 저는 짐을 벗습니다. 그 짐은 무거웠지만 소중한 짐이었습니다. 짐을 벗어 홀가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허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빈 등을 채울 또 다른 무엇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러면서 “이별은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라고 믿으며, 어디에 있든 늘 여러분과 보건복지부를 사랑할 것이고 보건복지정책이 잘 되도록 기원하겠습니다”고 덧붙였다.

공직을 떠나는 데 대한 아쉬움이 가득 표현하면서도 어느 자리에 있든 복지부 정책에 힘을 싣겠다던 유영한 전 차관의 이임사는 이내 현실이 됐다.

차관 재직 시절 막바지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지만, 끝내 마무리 짓지 못했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안(의료사고법)’의 첫 출발을 다시 맡게 된 것이다.

복지부는 최근 내년 의료사고법 시행을 앞두고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위원장으로 대한한의사협회가 추천한 유영학 전 차관을 선임했다.

“차관으로 있을 동안 가장 아쉬웠던 대목 중 하나가 바로 의료사고법을 완수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의료사고법은 유 전 차관 퇴직 후 올해 3월, 23년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도적으로 국민과 의료계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지만 그동안 켜켜이 쌓여있던 갈등을 한 번에 해소하기에는 어려웠던 탓이다. 다행히 늦게나마 국회와 의료계, 국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누구보다 기뻤다.”

차관 퇴직 이후 법무법인 율촌에서 고문으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던 유 전 차관은 준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으면서 보건의료계에 다시 발을 담그게 됐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그였지만,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법안 통과 후 중재원 설립에 활기가 띄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잔뜩 고무된 표정이었다.

유 전 차관은 “위원장직을 맡겨줘 과분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못 다한 임무를 마무리 지으라는 의미라 생각하고 중재원이 조기 안착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준비위원장이자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했던 입장에서 그는 앞으로 중재원이 생기면 국민과 의료계 양쪽 모두에게 편익이 돌아갈 것으로 봤다.

의료분쟁 발생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들은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의료계 역시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리는 일들이 감소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지금도 계속되는 논란은 부담이다. 유 전 차관 역시 의료계 각 유관단체와 정부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유 전 차관은 “조정·중재 과정에서 핵심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어떻게 담보해내느냐가 관건”이라며 “준비위원회는 중재원이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해 낼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불가항력 의료사고시 국가와 의료기관 개설자의 재원 부담 비율이나 무과실 보상금액 수준 등 몇몇 쟁점의 경우 중재원 설립 때까지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한 논쟁이 예상된다.

또 중재원 설립 전인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중재원 설립에 필요한 정관 등 제반사항을 모두 챙기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유 전 차관은 “위원장을 항해 중인 배의 선장이라고 본다면 좌초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며 “모두가 만족하는 결론을 얻는 게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수용 가능한 범위까지 서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관직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모두 풀어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최대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를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유 전 차관은 “초반에는 의료계에도 일정 부분 부담이 없지 않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부분 역시 정책을 수행하는 입장에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제도가 성공하면 의료계에도 돌아가는 이익이 크다. 그 부분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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