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 논란, 연구목적 왜곡 우려'
2011.07.10 11:24 댓글쓰기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허대석, 이하 보의연)에서 최근 발간한 보고서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 로봇수술에 대한 의료기술평가>가 의료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연기자 박주아 씨 사망을 둘러싼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최근 한 주간 로봇수술은 사회 안팎의 여론을 가열시켰다.

로봇수술의 임상적 유용성 문제를 국내 처음으로 지적한 연구책임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건의료분석실 신채민 부연구위원[사진]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국민 연구주제 수요조사 통해 제안

신채민 연구위원은 무엇보다도 본의 아니게 연구보고서 발표 시기와 로봇수술 의료사고 의혹이 맞물리면서 연구 목적 자체가 왜곡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번 로봇수술 관련 연구는 대국민 연구주제 수요조사를 통해 제안이 됐고, 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수행하게 된 것"이라면서 "연구주제 조사 시 로봇수술에 대한 수요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근거를 바탕으로 올바른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려야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있기에 수요에 따라 연구를 수행, 보고서를 최종 발간했지만 의료계에서의 후폭풍은 만만찮았다.

최근 유명인의 사망 의혹까지 시기적으로 교차되면서 이러한 여론은 더욱 증폭, 보의연을 향한 원망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 연구위원은 "연구를 한 목적이 로봇수술을 해라 마라가 결코 아니"라면서 "비용 대비 효과의 근거가 부족하다면, 관련 연구가 적고 근거가 불확실한 분야의 경우 근거생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새로운 기술인만큼 장ㆍ단점 분석과 임상연구, 근거생성 등을 통해 환자들에게 객관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저변 마련이 시급하단 목소리다.

그는 "연구와 특정 의료사고 논란은 별개다. 분리해서 봐야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번 연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연구 수요가 있고 임상연구를 바탕으로 근거가 쌓여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 추가 연구를 통해 업데이트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거시적 안목을 요구했다.

"환자 부담 큰 로봇, 제대로 된 설계로 개발 절실"

로봇수술 논란이 불거지면서 거스를 수 없는 외과계 수술의 패러다임 전환이란 명제와 근거부족이 부딪치는 상황이 계속 연출되고 있다.

신채민 연구위원은 "국가 차원에서 로봇 지원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로봇 개발하는데 있어서 제대로 디자인된 의료용 로봇 개발이 중요하다. 부위 및 질환, 적응증 등을 고려해 효율적인 개발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ㆍ유럽과 다르게 비뇨기과 이외에도 위암, 대장암, 갑상샘암과 같은 외과 영역과 이비인후과 및 흉부외과, 심장외과 등에서도 다양하게 로봇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2005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 이후 아시아 최초로 다빈치 로봇수술을 시작한 이래 작년 10월 기준 국내 전체 시술 건수는 약 1만3700건을 기록했다.

문제는 수술 비용이다. 수술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500만~1200만원 선으로 추정되며 이는 기존 수술법과 비교해 약 2~6배 정도 고가다.

신 연구위원은 "무엇보다도 핵심은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면서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하고 비급여라는 국내 특성으로 인해 비용현황 파악 및 외국자료와의 비용 비교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연구에서는 외과의, 보조의사, 간호사와 같은 인력배치 및 수술방 회전율 변화에 따른 비용변화 등을 고려, 현재 급여되고 있는 비교수술과의 비교ㆍ분석과 국가적 부담 등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원의 제언이다.

"국가 차원 지원과 근거 창출 반드시 이뤄져야"

국내 병원계에서 이제 로봇수술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눈높이를 조정하고 있다. 임상연구를 진행, 이제 막 결과가 나오고 있는 시작단계인 만큼 가야할 길이 더욱 멀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새로운 국내 로봇수술의 지평을 열어야 하는 것임엔 틀림없다.

신채민 연구위원은 "근거의 양이 많은 일부 수술의 경우 어떠한 환자에게 로봇수술을 적용했을 때 이득이 있는지, 예상되는 위해가 있는지 등 지침을 수립해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로봇수술은 무분별하게 환자부담으로 도입하기 보단 체계적으로 설계된 임상연구계획 하에 수술을 수행, 근거를 축적해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질 관리 체계 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은 반드시 동반돼야 하며 정해진 적응증별 특성에 맞게 지속적으로 다빈치 시스템을 보완해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보의연에서도 근거창출을 위한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국가 차원의 지원을 통해 로봇수술의 근거 축적이 시급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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