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벌제에 앞서 의료인이 문제의식 가져야'
2011.08.15 21:26 댓글쓰기
한국의료윤리학회는 지난해 11월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이후 가장 바빠진 단체가 됐다. 각종 강연 및 토론회에 단골 연자로 참석했으며, 최근에는 ‘제약사와 의료인 관계’를 규정한 의사 윤리지침이 의료계 최초로 제시했다. 이 지침은 오는 19일과 내달 22일 각각 ‘약품 처방 등 진료와 관련한 윤리 지침’, ‘연구와 교육 등 진료 외 윤리지침’ 등 두 가지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개최, 각계 의견을 최종적으로 수렴할 예정이다. 토론회에 앞서 데일리메디가 고윤석 회장을 만나 윤리지침과 학회의 발전 방향에 대해 물었다.[편집자주]

한국의료윤리학회 고윤석 회장(서울아산병원)[사진]은 15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의료인이 먼저 문제의식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의사 윤리지침 제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그는 "리베이트쌍벌제 하위법령의 근간이 된 공정경쟁규약은 제약업계에서 제안한 것으로 의료인은 그 범위 내에서 취할 수 있는 최대 이익을 취하는 모습을 보이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진료, 연구, 교육 등에 대한 지침 마련의 필요성을 가지게 됐다는 것. 학회는 이번 지침 마련을 위해 두 차례 합숙 등 지난 1년 4개월여 동안 준비과정을 거쳤다.

앞으로 열릴 두 차례 공청회를 통해 지침의 초안에 대한 의사협회, 병원협회, 의학회 등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 최종안을 공포하게 된다. (시민단체 등에도 패널참여를 제의했지만 거절당했다.)

학회는 이번 지침 마련에 앞서 기본적인 의제를 설정했다. 실제 지침들은 개별 이익 추구에 앞서 '환자에게 최대 이익'과 의사들이 가진 '전문가로서의 직업성'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는 의사가 가진 진료의 정당성과도 결부된다. 고 회장은 "의료인에게 있어 자신이 내린 처방에 정당성이 부여돼야 환자와의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료인의 내적 동인 유도를 통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정직함과 함께 의사와 제약회사 간의 부정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입법 과정서 의료인 입장 수용 거의 없어"

그는 특히 "아무리 법으로 강제한다고 해서 리베이트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면서 스스로의 정직함을 요구하면서, 리베이트 쌍벌제가 가진 모순과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강력한 법으로 제한하게 되면 본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상생, 공생했던 부분을 법 조문을 들이대며 강제하는 것이 적절하겠느냐는 생각해 볼 문제다. 쌍벌제가 준비되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의료인의 입장을 수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얼마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고 회장은 "형법이 한 계층을 지목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무력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번 지침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아울러 고윤석 회장은 현재 의료계가 가진 본질적 문제인 수가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의사에게 정직함을 요구하려면 먼저 사회가 정당한 의사에게 합당한 보상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보상기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기준 절실"

고 회장은 "개원 의사들은 이래저래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이는 학회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라면서 "당연히 의사들에게 원가 보전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에게 단지 숭고한 희생만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고윤석 회장은 ""이번 윤리지침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수가 등 의료현실은 그렇치 못하다"면서 "국가가 원가 이하의 의료시스템을 계속 이끌어 나가면서 의사들에게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이어질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리베이트 쌍벌제는 현재 의료인의 모습이 이런 상황밖에 되지 않나라는 반성의 계기일뿐 아니라 복지부, 심평원에서 적극 개선해 나가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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