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이 노화연구 기본'
2011.09.04 12:15 댓글쓰기
“노화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결론은 나이가 들었다고 포기하지 않는 것, 버리지 말고 고치자는 것이다. 평생 노화연구를 해 온 나도 고쳐보는 기회를 가져보자고 생각했다.”

지난 9월1일 이길여 암·당뇨 연구원 박상철 원장[사진]이 연구원으로 첫 출근한 소감을 밝혔다.

박상철 원장은 서울대 의과대학 생화학과 교수,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이란 직함 대신 이길여 암·당뇨 연구원을 택했다. 노화와 암과 당뇨의 근본 원인을 연구해 치료제를 만드는 실용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서다.

정년퇴임이 3년이나 남았는데 서울대 의대라는 국내 최고 의과대학 교수란 직함 대신, 암·당뇨 연구원장이란 새로운 명함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박 원장은 “남아 있는 3년이란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나는 평소 많은 사람들에게 장수사회, 고령사회가 왔다고 떠들고 다니던 사람이다. 사람들에게 새롭게 시작하는 각오를 해야 한다며 노래를 불렀는데 내 문제는 어떤지 생각해 봤다. 나도 내 생애를 보람 있게 하기 위해 새롭게 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도 고령사회 멤버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니, 더 큰 미래를 기대하고 최선을 다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겠다는 마음으로 출근했다”면서 “이길여 암·당뇨 연구원은 세계적인 연구시설과 인력을 잘 갖추고 있다. 그동안 해왔던 연구를 이 곳에서 완성해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의 말처럼 이길여 암·당뇨 연구원은 세계적인 동물실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박원장이 했던 연구를 동물실험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상철 원장은 “그동안 실험실에서는 좋은 결과를 내놨지만 동물실험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라면서 “이 곳은 동물실험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올해 말 쯤 구체적인 연구 성과가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한 장수(長壽)사회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

이길여 암·당뇨 연구원의 마우스(실험쥐)실험 시설은 3만 마리를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이다. 현재도 2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이들의 관리비용으로만 한 달에 1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박 원장은 “동물실험실을 운영하고 관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무공해 환경에서 자라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청결관리와 시설관리, 공기와 물도 정화해야 하고, 먹이와 깔개까지 멸균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훌륭한 시설을 잘 활용해 건강한 장수(長壽)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그 동안 노화연구와 장수연구 등 기초적인 연구를 많이 해왔는데, 이를 암과 당뇨 연구와 연결할 계획이다”라면서 “연구를 통해 나이가 든 사람들이 병에 잘 걸리는지,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혀 병이 없는 건강장수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장수사회를 외치는 박상철 원장의 계획은 바쁘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초 연구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치료제도 개발할 계획이다.

박 원장은 “노화연구에 나이 든 쥐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면서 "보통 쥐의 수명을 30개월로 보는데 한국에서는 24개월 이상 된 쥐를 찾기가 힘들다. 현실과 달리 나이든 쥐가 실험실에서는 보물이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근본적인 해결법을 제시할 수 있는 치료제를 몇 가지 시도해보려고 한다”면서 “암 전이를 막는 치료제와 당뇨병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성격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령사회 멤버가 됐다고 낙담하거나 의기소침해 하는 모습이 아니라, 유쾌하게 새로운 출발점에 선 모습을 보여주는 박상철 원장. 새로운 마음으로 신(新) 세상을 열겠다는 그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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