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 없는 수가 제시, 협상 보이콧 불사'
2011.09.25 20:39 댓글쓰기
잘못 끼워진 단추 같다. 비록 표면적으로 지난 한 해는 '무사히' 넘겼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의원은 물론, 병원도 칼바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내년도 병원 살림을 책임지기 위해 협상단으로 나선 만큼 어깨가 무거운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보험위원장[사진]을 만났다.

2011년 수가계약에서 어느 해보다 다부진 각오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병협이었다. 병원계 어려움을 호소하며 여론 모으기에도 나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협상 결과에 사인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또 한번 기로에 설 수밖에 없게 됐다.

최종적으로 의원 및 병원 수가가 결정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본회의를 앞두고 있는 그에게서 긴장감보다는 허탈함과 자포자기 심정이 역력한 듯 느껴졌다.

물론, 그 동안 수가협상이 결렬된 이후 패털티 적용의 부당성에 대한 지적이 높았던 만큼 부담감은 상당하다.

정 보험위원장은 만약 올해 건정심에서 패널티를 피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보이콧 하겠다. 올해는 터무니 없는 수가를 받아들일 이유가 전혀 없다"며 격한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내 그는 "이번 건정심에서 만큼은 예년과 달리 신뢰를 바탕으로, 진정한 파트너로 공급자를 껴안아 달라"고 호소했다.

사실 2012년 수가계약을 목전에 두고 정영호 위원장이 얼굴을 붉힌 대목이 있었다. 수가 협상과 연계돼 제조업의 상황이 언급됐다는 점이다.

정영호 위원장은 "그 동안 수가 결정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병협은 2%대에서 한 번도 상회한 적이 없다. 물가는 물론 임금인상률과 비교해도 형편없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번 협상에서 제조업 얘기가 오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구조조정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가동 인력이나 시설 등에서 유연성을 적용할 수 있는 등 차이가 엄연한 제조업, 그리고 이를 진료 행위와 비교하는 것이 매우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다.

정영호 위원장은 "환자가 많게 오건, 적게 오건 의사들은 항상 최선의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의료기관에서 적자가 나 몸살을 앓는 한이 있더라도 구조조정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데다 최고 인력에, 최첨단 시설을 갖추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든 것이 현 주소"라고 꼬집었다.

물론, 공단 역시 없는 재정에 찍어서 수가를 올려줄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의료 공급자에게는 불합리하게 결정된 수가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한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수가가 낮아도 '그런대로' 돌아가지 않느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목청을 높였다.

그는 "겉모습만을 본 얘기들이다. 상급병실료, 로봇 수술 등 보험 제도권에서 벗어난 비급여진료로 왜곡돼 있는 모습들"이라면서 "고유의 진료가 아닌 의사로서 진정한 사명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아 신뢰는 점점 더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유형별 계약 제도는 시간을 두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원칙적으로 제도 자체에 대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는 보고 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도출된 연구 결과이므로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정영호 위원장은 "제도가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으므로 심도 있는 검증을 통해 개선책은 없는지 면밀히 따져보고, 각 이해 당사자들과 함께 최선의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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