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제약사 부사장의 각오 '신약 개발 총력'
2011.10.04 00:24 댓글쓰기
제약계가 약가인하라는 뜻하지 않던 암초를 만나며 생존의 갈림길에서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약품은 ‘R&D 투자 확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미약품은 2010년 총 매출액의 14.3%인 852억원, 올해는 15%를 목표로 국내 제약계에서 가장 많은 R&D 비용을 투자하는 등 연구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정부가 내놓은 매출액 1000억대 이상인 회사의 경우 R&D 투자 7% 이상이라는 혁신형 기업 선정 기준도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다.

데일리메디는 한미약품 손지웅 부사장(R&D 본부장)[사진]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에 따른 우리나라 제약 R&D가 나아가야할 길을 진단하고 한미의 전략과 연구개발 중요성에 대해 알아봤다.

“척박한 환경, R&D만이 살 길…정부 지원 절실”

손지웅 부사장은 "앞으로 경쟁력있는 신약 확보 기업만이 척박한 제약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예전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업계 전체에 이미 확산돼 있다”며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지만 한미약품이 R&D 투자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지만 현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은 망망대해 위의 암초와 같은 존재라는 지적이다.

손 부사장은 “사실 약가 일괄인하 충격파는 상상 이상이다. 업계 전체가 우려하고 있고, 앞으로 R&D 투자를 계속할 수 있을 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R&D 중요성은 확신하지만 현 정부 방침은 이를 원활하게 만들지 못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던졌다.

정부가 국내 제약산업의 R&D 투자 소홀로 약가인하 정책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점일까.

손 부사장은 “그 말은 맞으면서도 틀린 지적이다. 조금 더 빨리 출발했으면 라는 아쉬움이 더 적절한 평가”라고 피력했다. 신약은 1~2년에 걸쳐 몇 백억원만 투입하면 만들어지는 손쉬운 분야가 아니라는 것이다.

손 부사장은 “출발이 늦었다고 전체를 실격 대상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며 지킨 제약주권의 가치도 평가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바이오·항암 신약 11개 파이프라인 보유"

이러한 R&D 투자에 적극적인 한미약품은 현재 바이오와 항암 분야에서 11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미국과 유럽 등 국내외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국내 제약사가 평균 5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평균을 훨씬 웃도는 상황이다.

손 부사장은 “국내 임상 1상 마무리 단계인 표적항암제(Pan-Her Inhibitior)는 기존 약물에 내성을 보인 암환자에서도 우수한 약효를 나타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이며 또 다른 표적항암제인 KX01은 혈액암, 전립선암 등을 타깃으로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바이오신약 중에서는 그는 “약효 지속시간을 월 1회까지 늘린 랩스커버리 기술을 근간으로 한 바이오 분야에서는 당뇨치료제(LAPS-Exendin4), 인성장호르몬(LAPS-hGH), 백혈구감소증치료제(LAPS-GCSF) 등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시험이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R&D 활성화에 맞춰 전문의 계속 늘 것"

이렇듯 R&D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손지웅 부사장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제약계에 많지 않은 의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내과전문의·의학박사)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는 경영학 석사까지 마치며, 현재는 한미약품 R&D 본부장을 맡고 있다.

한미에 입사하기 전에는 아스트라제네카 항암제 초기개발 아시아 총괄 책임자로서 다국적사의 중책을 맡으며 경력을 쌓아왔다.

손 부사장은 “한미약품의 R&D에서 신약 탄생의 커다란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입사할 수 있었다”고 배경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국내 제약사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하나 둘 늘어난 것은 최근 현상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그 동안 국내 업체에는 글로벌 임상을 경험한 의사들이 맡을 역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외국과 달리 의사출신 부재 이유를 꼽았다.

따라서 최근 제약계에 의사 출신 인력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업계의 R&D 투자가 증대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지웅 부사장은 “의사 출신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최근 국내 업체들의 신약개발 노력과 역량이 그 만큼 성장했다는 의미"라며 "국내 제약사에 근무하는 동료 의사들이 앞으로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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