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한 해 였지만 나를 돌이켜봤다'
2011.01.02 12:26 댓글쓰기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2010년을 어떻게 기억할까. 그토록 원했던 의협 회장으로 활동했지만, 고민이 깊은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의료계를 뒤흔들었던 리베이트 쌍벌제는 그의 정치력에 의문표를 달았다. 뒤이은 건배사 논란과 전국의사총연합과의 갈등은 거취에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14개 고소·고발 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위기 국면에서 경 회장이 택한 카드는 전국을 순회하는 '회원과의 대화'였다. 그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날계란 세례를 받았고, 전의총과의 물리적 충돌이 언론을 장식했다. 회원들로부터 모진 말을 들었다. 일종의 학습효과일까. 예민한 질문에 쉽게 흥분하던 그가 쓴소리를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30일 마지막 '회원과의 대화'가 열린 전라남도 광주에서 경만호 회장을 만났다. 몹시 지쳐 보였다. 2010년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최악의 한 해 였다"며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인정했다. 그리나 후련한 듯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회무를 점검하는 계기"

경만호 회장은 인터뷰를 시작하자 멋쩍은 듯 웃었다. 간담회 말미에 목소리를 높인 것을 의식한 듯했다. "잘 나가다 마지막에 결국 흥분했다. 수련이 부족한 것 같다"고 겸연쩍어했다.

경만호 회장은 "회원과의 대화를 통해 절반을 넘긴 회무를 되돌아보게 됐다. 밑바닥 정서를 자세히 파악하게 됐다"며 "협회와 의료 현안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전국 순회 간담회를 평가했다.

그는 "회원들의 꾸지람과 질책이 이어질 땐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격려와 지지발언도 있었고, 세부 현안에 대해 의협이 나아갈 방향을 건설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추진해 온 사안을 다시 돌이켜봤다.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전국 순회 간담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이자 정치적 라이벌로 떠오른 전의총에 대해선 불편함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밝힌 정책 파트너로서의 역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개인적 서운함은 숨기고 싶지 않아도 회무에 대해선 포용력을 발휘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경 회장은 "서운한 감정은 차지하고, 과연 무엇이 협회 발전과 이익을 위해 도움이 되는지 먼저 생각하고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협회 모든 감사자료와 회계자료가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며 "협회 내부에 문제가 있다면 내부의 정식적인 과정과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경 회장은 "이런 과정을 무시하고 외부의 힘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의협의 위상은 어떻게 되느냐. 이것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 회장은 "회원과의 대화를 통해 전의총 회원들의 많은 의견을 들었다. 힘들어진 경영환경과 불신 등에서 기인한 측면이 컸다"며 "이런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간극을 좁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전의총의 정책 파트너 가능성에 대해선 "건설적인 의견을 개진한다면 협회나 각종 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통로를 만들겠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경 회장은 "앞서 말한 것이 나의 입장이다. 현재도 협회 정책을 수립할 때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수렴한다"며 "건설적인 대안과 의견이라면 최대한 수렴해 회무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큰 실적 없어 죄송, 기다려달라"

경만호 회장은 향후 의협의 최대 정책과제가 일차의료 활성화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임기 내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해서도 의욕을 보였다.

경 회장은 "오는 2011년에는 일차의료 활성화와 의료기관기능 재정립, 건강보험 재정 등이 큰 이슈가 될 것"이라며 "의협은 일차의료 활성화를 통한 국내 의료시스템 안정화를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숙원과제인 의료분쟁법 통과에도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원격의료와 건강관리서비스,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관련 법안은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앞으로 총액계약제와 성분명 처방도 이슈가 될 것이다. 만약 이것이 추진된다면 2000년 의료대란에 버금가는 대정투 투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정부도 인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가결정구조 개선과 의약분업 재평가는 "필수적인 사안"이라고 했다. 일차의료 활성화의 핵심인 선택의원제에 대해선 "회원들의 폭넓은 의견을 듣고 협회 입장을 정리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만호 회장은 "36대 집행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것이 일차의료 활성화이다. 지금 일차의료는 고사 직전"이라며 "이런 분위기를 피부로 체감하도록 국회와 정부, 언론, 시민단체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겠다. 의료계의 입장이 최대한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 회장은 인터뷰 막바지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큰 실적이 아직 없는 것에 죄송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책이나 제도가 수립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나는 의협 회장이 되고 싶었고, 그 이유는 의료계에 도움이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심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새해에는 다른 모습을 꼭 보이겠다. 의료계도 의협을 중심으로 단합해주길 부탁한다"며 "조금만 더 믿고 지속적인 격려와 지지를 부탁한다. 정말 노력하겠다"고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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