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지성을 향한 의사들 新풍속도 눈길'
2011.01.23 10:39 댓글쓰기
의사가 되기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최근 치러진 의사국가고시 뒷이야기를 들춰보면 예비 의사들의 새로운 풍속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교수님들로부터, 선배들로부터 알음알음 전해져 오던 갇힌 공간을 벗어나 인터넷을 발판 삼아 스스로 생각하고 남들과 정보와 의견을 나누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의대는 특이하게도 길게는 6년 동안 작은 집단에 속해서 서로 경쟁해가며 평가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인 국시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커트라인 60점을 넘기 위해 다른 사람을 깎아내릴 필요도 없고, 내가 가진 정보를 공유해도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졸업하기 전 마지막 기간에 전국의 의대생들이 함께 국시합격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자기가 가진 것을 서로 나누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최근 들어 예비의사를 비롯해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입에 오르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넥스트메디슨(舊 엠디스터디)’이 지난 2008년 처음 문을 열면서 내건 기치다.

출발은 단순했다. 넥스트메디슨을 만든 이호종씨[사진]는 “당시 서울의대 본과 4학년으로 국시를 준비하면서 정보 교류의 필요성이 피부로 와 닿았다”면서 “전국의 예비의사들이 서로 파트너십을 맺고 시너지 효과를 끌어올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도제식 교육 방식의 틀을 깨고 스스로 정보 생산의 주체가 돼 보자는 의미다.

서울의대 컴퓨터 동아리(PAIM)를 창설할 정도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밝았던 그의 이력 덕에 이러한 아이디어는 곧 결과물(넥스트메디슨)로 이어졌다.

커뮤니티가 열린 이후 반응도 좋았다. 학교 동기들과 후배들을 위해 시작됐던 넥스트메디슨은 입소문을 타면서 점점 사람이 하나 둘 늘어 지금은 총 회원수 1만 2000여명, 의대생 및 의사 인증 회원 7000여명으로 대형 커뮤니티로 탈바꿈했다.

특히 국가고사 가채점 프로그램을 비롯해 후기방이 열리면서 국시 합격자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18일에는 일일 방문자 수가 7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작은 실험에 불과했던 도전이 성과를 맺으면서 그로 하여금 남들과 다른 길을 걷게 했다. 2009년 서울대병원에서 인턴생활을 하며 인턴대표까지 했던 이호종씨는 그해 레지던트 시험을 보는 대신 자리를 박차고 나와 한 IT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서의 새 인생을 찾았다.

그는 “의사로서의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좋아했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보다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제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밑그림을 새로 구상 중이란 표정이다. 실제로 넥스트메디슨의 내일에 대해 묻자 그의 눈이 번뜩인다.

이호종씨는 “최종 목표는 열린 사고를 지향하는 집단지성을 넥스트메디슨을 통해 구현해 내는 것”이라며 “학생이어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비록 개개인의 역량은 낮을 수 있지만 함께 모여 생각하고 토론을 거친다면 의외의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사로서 필요한 정보를 나누기 위해 각종 게시판을 속속 열고 열띤 토론을 이끌어 내고 있단다.

특히 부족한 지식을 메우기 위해 기초·임상을 막론하고 각종 의학지식과 정보를 올리고 커뮤니티 자체 내에서 미션을 부여하는 등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게끔 했다.

그는 “초창기만 하더라도 국시를 앞둔 예비의사들이 회원의 주류를 이뤘던 반면 지금은 인턴, 레지던트와 같은 전공의를 비롯해 40~50대 전문의들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인적 네트워크를 제가 가진 컴퓨터 프로그래밍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도움을 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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