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정책에 관심 너무 부족한 의사들'
2011.02.20 21:26 댓글쓰기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흡연 정책에 관심이 부족합니다. 환자가 진료실에 와야만 금연을 권하는 상황입니다. 안타깝게도 예나 지금이나 나아진 것이 별로 없어요."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은 금연 정책의 핵심 중 하나로 전문가 단체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미국이 담배를 마약으로 규정했고, 그 뒤에는 전문가 단체의 역할이 중요했다. 국내에서도 끽연가들이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만 전문가 단체의 목소리는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서홍관 회장은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전문가 단체의 활동이 부족한 것 같다"며 "사회적 흐름을 볼 때 국내에서도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의료인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으려면 공동체 이익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지만 '전문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진료실을 찾는 환자에게 금연을 권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예방적 차원의 활동을 주문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진료실에서 의사가 담배를 물던 시절이 있었죠.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전문가로서 사회적 발언권을 얻으려면 공동의 이익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가 너무 작아요."

서 회장은 "의사들이 금연운동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왜 진료실에서만 금연을 권하는지 고민하면서 관심이 생긴 것 같다"며 "의사로서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협의회 활동을 통해 금연을 권하는 것이었다"고 꼽았다.

그는 "금연 정책이 성공하려면 정부의 정책적 관심이 중요하다"고 했다.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 등 실체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도 "인상분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한다면 흡연자들의 거센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담뱃값 인상이 금연정책에 온전히 투입될 때 금연운동도 확산된다"고 강조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대다수 국민에게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도 말했다.

"식당 등 모든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한 국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흡연자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죠. 당장 자영업자들이 가게 망한다고 들고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어떤 결론이 나왔는지 아세요? 손님이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손님들이 가게를 더 찾았던 거죠. 우리가 주목해야 할 현상입니다."

지난 1988년 10년간 피우던 담배를 끊은 서 회장은 금연운동에 눈을 떴다. 1997년 자발적으로 금연운동협의회에 가입했고 2000년부터 이사로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회장으로 취임했다. 2대 회장이었다.

담배 소송 2심 판결…"협의회 외연 확대 고민"

지난 15일 KT&G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한 담배 소송 2심 판결이 있었다. 결과는 패소였다.

2심 재판부는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라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것은 다수가 대상인 역학적 인과관계에 불과하다고 봤다. 그러나 흡연이 한 개인의 폐암 원이라는 것은 확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지난 2007년 8년을 끌었던 1심 판결보다는 진일보했지만 담배회사에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 서 회장의 생각이다. 재판부가 정치적 판단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주장도 폈다.

서 회장은 "이번 판결은 자의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사회 통념이 변하면서 2심 판결도 1심과는 달라졌다"며 "소송의 관건은 담배회사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것인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담배회사들이 니코틴 중독 등을 위해 각종 첨가물을 투입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 재판부가 이를 명확히 규명하지 않은 점도 안타깝다고 했다. 재판에서 첨가물 242가지 이름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는 것.

그는 "예를 들어 범죄를 저질렀는 데 그 현장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면 안 들어가는가. 이는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은 판단"이라고 재판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대법원 상고에 대해선 "지난 1999년부터 소송을 맡아온 배금자 변호사와 변호인단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며 "상고가 이뤄진다면 협의회 차원에서 계속적인 지원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협의회는 매년 기금을 마련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소송을 지원해 왔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며 "현재 일반 회원의 가입을 허용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협의회는 기업체로부터 일체의 후원을 받지 않았다. 일반인을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기업 후원이 시작되면 금연운동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서 회장은 내다봤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