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행정직 수평관계, 역량부터 키워야'
2011.02.27 14:02 댓글쓰기
33년.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고도 남을 이 세월 동안 ‘병원행정’이란 외길을 걸어왔다. 아첨도, 승진을 향한 욕구도 없이 묵묵히 걸어온 인생. 대한민국 의료를 대표하는 서울대병원에서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행정직 최고 자리인 행정처장까지 주어진 업무에 충실했고, 조직은 그런 그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다. 서울대병원 박영익 행정처장. 그가 이번엔 서울대 울타리를 넘어 전국 병원행정인들의 수장으로 새인생에 도전한다. 행정인 최고봉에서 방점을 찍게 됐지만 그의 각오는 33년 전보다 더 다부지다. 지난 26일 대전 계룡스파텔에서 대한병원행정관리자협회 신임 회장에 선출된 그를 마주했다.

“발로 뛰며 마음으로 담겠습니다”

박영익 신임 회장은 향후 2년 간 추진할 최우선 과제로 '회원과의 소통‘을 꼽았다.

병원행정관리자협회가 행정인들의 모임이라는 공통점 뒤에 ‘대학병원-종합병원-병원’이라는 기관유형의 상이함에서 오는 갈등의 소지가 공존하는 만큼 대화합을 유도해 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박영익 처장은 취임 직후 전국 지역 순회 간담회를 갖고 민초회원들과 호흡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영익 회장은 “회원 위에서 군림하는게 아닌 회원들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며 “임기동안 회원을 만족시킬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발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원수 증가에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현재 병원행정관리자협회 회원 수는 약 2만명. 박영익 회장은 임기동안 1만여 명을 추가로 입회, 3만 회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박영익 회장은 “발로 뛰고 마음으로 담으며 협회의 신뢰를 높여 간다면 3만 회원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부족한 역량이나마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법정단체화의 꿈

대한병원행정관리자협회의 오랜 숙원사업은 ‘법정단체화’. 예년보다 조직내 행정인들의 위상이 달라지긴 했지만 전문성을 토대로 더 높게 격상하게 위해 꼭 이뤄야할 과제이다.

임배만 명예회장을 필두로 김태웅 전임 회장에 이르기까지 법정단체화를 추진했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며 좀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박영익 회장은 ‘재임기간 법정단체화 실현’이라는 원대한 목표 보다는 ‘법정단체화 실현을 위한 초석 다지기’라는 실무적 방향을 제시했다.

협회의 법정단체화가 결코 녹록치 않은 작업인 만큼 당장 실현해 내겠다는 비현실적인 바람 보다는 그 분위기를 조성해 내는 것 만으로도 적잖은 성과라는 판단에서다.

박 회장은 “법정단체화는 협회 입장에서 반드시 가야하지만 멀고도 험한 길임에 틀림 없다”며 “정부를 비롯한 유관단체에 그 필요성을 인식시키는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현재 협회에서 발급하고 있는 국가공인 자격증을 비롯해 병원경영진단사 등의 자격증이 일선 병원에서 인사고과 등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한동대 선린병원과 전주 예수병원 등이 병원행정사에게 자격수당을 지급하고 있고, 보훈복지의료공단, 산재의료원 등은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지만 아직 저변화 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박영익 회장은 “법정단체화가 되면 자격증 취득자에 대한 처우개선이 보다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겠지만 병원행정사에 대한 인식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그는 시대적 흐름상 멀지않은 시점에 행정직 출신 대학병원장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다만 그런 날이 오기 위해서는 부단한 역량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박영익 회장은 “병원 환경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병원을 이끌어야 한다”며 “그 범주에 행정인들이 제외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내 행정직 출신 병원장이 나오지 않겠냐”며 “그러한 상황은 주어지는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행정직 출신 CEO, 의사=행정직 수평관계 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행정인들 스스로의 역량강화가 필요하고, 협회가 그 길라잡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학술적인 연구와 산업현장의 실무적인 지식을 결합, 산학이 협동하는 병원경영체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협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병원장기연수과정, 사이버 연수과정, 병원행정CEO과정 등을 통해 병원경영진단사와 병원행정사, 의료보험사들의 배출에 내실을 기한다는 복안이다.

박영익 회장은 “앞으로 협회는 경영정보를 제공하는 병원경영의 싱크탱크가 될 것”이라며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 받을 때 비로소 조직내 행정인들의 위상도 올라갈 수 있다”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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