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연구중심병원 전환은 필수'
2011.03.20 10:09 댓글쓰기
연구중심병원 시대가 열리고 있다. 통상적인 환자 진료는 병·의원에 맡기고 연구·개발 중심으로 대형병원의 체질이 전환된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의사들이 환자수 늘리기보다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시기가 올까. 아직은 실감하기 어려운 이 대변혁을 일찌감치 예상하고 준비해온 이가 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정신 교수(전 서울아산병원장).

국내 최대 병원의 수장으로 지난해까지 연구중심병원으로의 도약을 이끌었던 그가 모처럼 공식석상에 연자로 나섰다. 지난 18일 상반기 서울아산병원 IRB 세미나에서 기자와 만난 이 교수는 “연구중심병원은 모두가 공부해둬야 할 것”라며 여전한 열정을 나타냈다.

“그간 변화를 다들 얼마만큼 실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10년간 꾸준히 변화가 진행된 병원계 패러다임은 향후 몇 년 안에 더 빠르게 바뀔 것이거든요.”

정부는 2015년까지 아시아 Big 5, 2020년까지 글로벌 Big 10 연구중심병원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첨단 바이오의료 기술혁신을 통해 관련 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국제적 수준의 병원을 키우겠다는 것.

이에 중개 및 임상연구 지원을 복지부 R&D 대표 아이템으로 육성하고, 지정된 연구중심병원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 서울아산병원이 선두주자로 나서 신약개발 중개/임상연구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토양을 다진 주역이 바로 이정신 교수다.

현재 혁신형 암연구중심병원(Institute for Innovative Cancer Research, IICR)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그는 수년전부터 연구 역량 강화를 최대 목표로 내세우며 특유의 강인한 추진력으로 신연구관 건립, 연구기획팀 신설 등 굵직굵직한 과제를 성공시켰다.

"서울아산병원을 찾는 하루 외래환자가 1만명이 넘습니다. 인턴과 레지던트까지 포함하면 의사는 1200명 정도죠. 전 세계에서 모든 질환에 대해, 가장 단시간 내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데가 바로 이 곳이라는 말입니다."

이 교수는 “임상연구는 결국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목적이지만, 이제는 산업으로서도 의미를 지니게 됐다”면서 “이 자체가 하나의 경쟁력이자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을 주축으로 한 산학연 공동연구 네트워크도 활발히 구축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및 해외연구기관과 중개연구와 임상시험을 공동 수행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다.

현재 병원 측은 다나파버암연구소와 신규 분자표적 항암제 개발, 에모리대와 뇌질환 치료제 개발, 파스퇴르연구소와 신규폐암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내로 신연구관이 완공되면 이들 기관은 원내에 입주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연구에 집중하는 병원'이 가능하겠냐는 우려도 많았지만 선진 바이오의료산업을 이끌기 위한 이 교수의 노력은 한걸음씩 현실에 다가서고 있다. "다른 대학병원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의료진 관심도 많고 그간 축적한 성과도 자랑할 만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열흘 간 해외출장을 다녀와서 연구중심병원 관련 동향을 브리핑하지 못했다는 이정신 교수는 보건복지부 기본계획 발표에 귀 기울이면서 인상적인 한마디를 남겼다.

"누가 리드하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겁니다. 가장 효율적인 것은 역시 의료가 이뤄지는 그 현장에서 연구도 하는 것이 산업화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겠죠. 경쟁력 있는 대학병원이 임상력을 갖췄다면 다음 단계인 R&D에 집중해달라는 게 정부 요구임을 주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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