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의료법인, 지금도 빠른거 아니다'
2010.01.10 12:06 댓글쓰기
지난해 12월 중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의 필요성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의 용역으로 연구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가 발표됐다. 두 부처간 입장이 첨예, 지금까지 팽팽한 가운데 그보다 앞서 관련 연구를 진행해서 발표한 곳이 있다. 바로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원의 ‘영리법인병원 도입 유형과 비영리법인병원 지원 방안에 관한 연구’가 그 것. 당시 연구를 주도한 한국병원경영연구원 김정덕 연구원을 데일리메디가 만났다.

“의료산업은 국가 성장동력으로 서둘러야”

현재 국가 전체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리의료법인의 속도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최근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중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을 매듭짓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김정덕 연구원의 생각은 어떨까.

김정덕 연구원은 “영리의료법인이 우리나라에 처음 논의된 것이 2002년 WTO/DDA 협상과 관련해 의료시장 개방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그 후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국가산업 차원에서 굴뚝산업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를 끌어올릴 신성장동력으로 ‘의료서비스’를 제시했다”면서 산업으로서의 의료를 보는 시각이 오래됐음을 피력했다.

그는 “의료서비스가 신성장 동력이라고 논의된 것에 동의를 했으면 구 엔진에 문제가 있고, 갈아치워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 것 아니냐”며 “엔진을 바꾸려면 빨리 바꾸는 것이 좋고,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복지부도 의료가 신성장동력이라는 것이 데이터로 다 나와 있고, 이를 긍정하지 않냐”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재부와 복지부 간 의견 대립에 따른 논란 양상에 대해 그는 “현재는 전재희 장관의 뜻이 철저해 어렵다고 본다”면서 “차기 복지부장관이 직업 관료 출신으로 임명된다 할 때, 또 정치적 소신보다 국정 운영의 뜻을 같이 한다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의료는 공공재가 아니라 가치재”

그는 "현재 영리의료법인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은 의료를 공공재로 보는 시각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의 시스템에서 의료는 ‘잠자는 사자’로 비교할 수 있다”면서 “잠자는 사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복지부 등에서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 때문에 복지부 등에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는 공공재가 아니라 가치재”라며 “의료를 공공재로 주장해온 사람들은 의료산업화가 활성화 되면 기존 주장이 위축되는 것을 걱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재는 비경합성, 비배제성이 있어야 하는데 의료는 공공재와 사적재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재화”라며 “사회구성원이 됨에 따라 당연히 주어지는 권한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완전히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고 지불 능력이 있는 경우에 공급되는 가치재”라고 언급했다.

일종의 담론 싸움이 엮여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여태까지 담론을 주도해온 사람들이 논쟁싸움에서 우위를 놓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다.

영리의료법인은 중소병원 육성 정책

그에 따르면 영리의료법인이 도입된다고 해도 모든 병원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비영리법인으로 돼 있는 주요 큰 병원들은 세제 지원 때문에라도 영리법인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 병원들이 운영비 등 이익잉여금이 없어 돈을 마련할 길이 없다”면서 “금융권 대출도 다 동원한 상태라 외부에서 돈 들어올 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병원은 법인 전환 시 종합소득세로 35% 내던 것을 법인화했을 때 20%의 법인세로만 내도 15%의 차익이 남는다. 현재처럼 개인병원이 법인이 아니면 세무회계가 구분이 없기 때문에 투자가 용이하지 않다.

김 연구원은 “개인 병원이 법인화 되면 병원이라는 주식회사에 투자하려는 자본이 자유롭게 흘러들어오지 않겠냐”며 “상장 과정 등을 거쳐야 하므로 법에 따라 투명해져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의료는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위험성이 적고, 따라서 발생 수익도 크지는 않을 것”이라서 “안정적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첨단 기술을 가진 전문 병원들이 주로 투자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병원들이 투자를 받아 연구를 집중적으로 특화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될 수는 있다”고 전했다.

기존 개인병원들도 자금 유통의 활로가 열린다. 김 연구원은 “대부분 병원은 친지 쪽에서 합법적으로 돈을 끌어올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법인은 등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지금보다 투자 권유도 확실히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의료관광 활성화, 큰 틀은 영리의료법인과 직결

김 연구원은 “흔히 의료관광 활성화가 필요하다고들 말하지만 구멍가게 만 개로 무슨 의료관광이냐”며 “이들을 중견기업으로 키워야 실효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현재 의료관광으로 관심 받는 것이 피부, 미용, 성형인데 의원급에서 하면 환자를 수용하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결국 의료관광의 큰 틀은 영리의료법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연구원은 “의료관광은 국제간 환자이동인데 중증도 심한 사람이 국경을 넘겠느냐”면서 “중증도 높은 병을 다루는 3차 대학병원들도 의료관광의 대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3차 등 대학 병원은 고난이도 진료를 위한 연구 중심으로 만들고, 중소병원들은 중증도 낮은 질환들 대상으로 의료관광을 활성화 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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