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가는 1차의료 반드시 일으켜 세울터'
2010.04.04 22:27 댓글쓰기
"대한의사협회 36대 집행부가 취임한지도 1년이 되어갑니다. 지난 1년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취임하자마자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던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법부터 정부의 의료선진화방안, 수가계약까지 각종 현안들로 인해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달려왔습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10만 의사를 대표한다는 책임감과 의료의 새 판을 짜겠다는 일념, 그리고 회원들이 보내주시는 큰 성원으로 힘을 얻어 무슨 일이 닥치든 소신 있고 당당하게 임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집행부는 급속히 변화하는 의료의 패러다임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그것에 끌려가지 않고 선점하는 것이 의료가 살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더욱 중요한 것은 회원 대다수의 뜻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임기 2년째를 맞아 앞으로도 회원들의 뜻을 따르고 시대의 흐름 또한 주도하는 지혜를 발휘해 의료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Q. 지난 1년간 집행부가 이뤄낸 가장 큰 성과와 이를 이뤄낸 원동력은. 아울러 남은 임기동안 꼭 이루고 싶은 사안을 꼽으신다면.

주요 성과를 꼽자면 먼저 신종플루 대유행 사태에 적극 대처, 피해를 최소화한 것과 존엄사 가이드라인, A형간염 예방접종 등을 주도해서 국민적인 신뢰를 얻었습니다.

2010년 수가협상 결과 3% 인상은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지만 대단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공단 재정위의 가이드라인 2%를 무너뜨리고, 협상 결렬시 패널티를 부여받는 부당한 관행을 무력화시킨 점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불합리한 현행 수가결정 방식을 개선하고 일차의료를 육성 발전시키기로 합의한 것은 분명한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무너져있던 국회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개선한 것을 큰 결실로 꼽고 싶습니다. 여러 국회의원들의 지지와 지원을 이끌어내는 일은 의료정책 개선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또한 의협이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하기보다는 보건의료정책에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면서 소통을 강화한 것도 의료발전을 위해 의미가 큰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 같은 성과들을 도출하게 된 원동력은 회원들의 관심과 성원이 밑바탕입니다. 집행부의 행보를 묵묵히 지켜보면서 마음 속으로 응원해주시는 많은 회원들도 계시지만, 저희가 잘못할 때 따끔하게 지적하고 충언해주는 방법으로 지지해주시는 회원들도 계십니다. 회원들 존재 자체가 집행부가 성과를 내도록 하는 원동력입니다.

남은 임기동안 이루고 싶은 일이라면 당연히 의료수급구조 개혁입니다. 하지만 이는 장기과제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접근해 나갈 것이고, 지금은 단기과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2010년 한 해동안 가장 주력할 사업은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수가인상 재원 확보를 위한 약품비 절감입니다. 의료전달체계 확립 문제를 올 해 안으로 반드시 해결해 1·2·3차 의료기관이 저마다의 역할과 기능을 분명히 하고, 조화를 이루며 동반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무너져가는 1차 의료를 반드시 일으켜 세우겠습니다.

수가협상 부대조건인 약품비 절감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수가 현실화라는 우리의 소망도 재원이 있어야 가능한데 아시다시피 보험료 인상을 통한 수가인상을 기대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약품비 절감은 수가인상 재원을 우리 스스로 마련하기 위한 것입니다.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올해 8월까지 약품비를 4%이상 절감하겠습니다.

Q. 이전 집행부와 달리 권력 핵심부와도 소통하는 정치력을 강조하셨습니다. 많은 대정부, 대국회 활동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요.

36대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대정부, 대국회 관계설정을 새롭게 해서 거둔 구체적인 성과를 꼽자면, 수년 전부터 의료계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으나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웠던 ‘저수가 및 수가결정구조의 문제점’, ‘의료기관 경영난’ 등과 같은 주제에 대해 국회·정부가 함께 근본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9년도 국정감사에서도 많은 국회의원 분들께서 의료계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면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주문했던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주요 의료현안에 대한 국회-의협 공동 토론회를 개최할 때도 과거와 같이 언제나 의료계가 먼저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그 필요성을 느끼고 토론회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행부 현안인 의료전달체계 확립 건만 해도 국회 및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히 논의해 법안을 발의할 국회의원도 정해졌고, 여야 정책위 의장들에게도 공감을 얻어낸 상태입니다.

이 밖에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 방지’, ‘의료인에 대한 중복제재 금지’ 및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처분 완화’ 등을 위한 개정법률안과 같이 그 동안 의료계가 제기해 오던 합리적인 주장들을 법률로 제정하기 위한 노력들이 국회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변화의 물꼬를 틔웠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Q. 회장선거 방법 변경 등에 따른 의견차, 급변하는 의료상황에 따라 현 집행부를 비판하는 세력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어떤 사안을 놓고 찬성 반대로 의견이 갈릴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의료계에 진정으로 득이 될 수 있는 방향은 분명히 존재하며, 그 것은 회원들의 뜻과 의지가 반영된 쪽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저희 집행부는 10만 의사의 대리인이기 때문에 마땅히 회원 다수가 희망하는 바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에서 저희 집행부가 하는 일에 대해 못마땅해 하기도 합니다. 그 의견들도 존중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회원 전체의 의견입니다. 지난번 원격의료에 대해 의협이 입장을 정한 과정을 생각하시면 잘 아실 것입니다.

저희 집행부는 의협을 비판하는 회원들 목소리에도 귀기울이면서 그분들에게 대승적 차원에서 화합을 설득하고 당부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지체할 틈이 없습니다. 회원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산적한 현안을 부지런히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Q. 의료전달체계 개선부터 의료서비스 개방, 영리법인 허용에 이르기까지 산적한 현안들에 대한 집행부 계획은 무엇이며,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문제는 올해 어떻게든 해결을 볼 각오가 돼 있습니다. 현재 1차 의료기관을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정부와 TF를 구성해 활발히 논의 중인데, 3차병원에서 외래진료를 하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제도와 장치 마련에 힘쓸 것입니다. 이 문제를 놓고 국회,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히 논의해서 법안을 발의할 국회의원도 정해졌고, 여야 정책위 의장들에게도 공감을 얻어낸 상태입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입니다.

앞으로 의료의 주요 트렌드는 ▲ 맞춤형 의료 ▲ U-health 보편화 ▲ 글로벌 의료서비스 ▲ 소비자주의 확산 등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한국 의료의 앞날을 좌우할 것입니다.

의협은 회원들로 하여금 시대의 흐름과 그에 따른 시장의 진화를 제대로 전달, 올바로 대비케 하는 데 진력할 것입니다. 정부의 의료서비스선진화 추진도 의료계에겐 중대한 도전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당장 현안으로 떠올라 있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지금 보건복지가족부와 기획재정부가 이 문제를 놓고 맞서 있는 형국인데,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 도입이 의료발전에 기여하고 의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우리 의사들이 이중삼중의 규제와 감시 속에서 최선의 진료를 하지 못하는 데다가 경영난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늘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의협 집행부는 조금이라도 경영난을 덜어드리고 의사의 자존심을 회복시켜드리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백방으로 뛰고 있습니다. 어렵더라도 희망을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또한 저는 우리 의사들이 우리 사회 그 어떤 직군이나 집단에 비해서도 진정성이 있고, 순수하다는 점을 확신합니다. 그런 진정성으로 일선 진료현장에서 뛰고 있는 의사들이 의사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다해갈 때 우리 의사의 위상과 신망은 저절로 올라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자긍심을 가지시고 의협과 함께 올바른 의사상 구현과 위상 정립을 위해 노력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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