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서는 의사들 소신진료 가능'
2009.04.01 12:33 댓글쓰기
4년째다. 심평원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3/4분기 주사제 처방률 평가에서 전주 예수병원은 처방률 1.14%를 기록, 전국 종합병원 중 가장 신중히 주사를 처방한 병원으로 4년 연속 선정됐다.

일반적으로 주사제는 급성쇼크, 혈관염 등의 부작용이 있어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외래에서의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교과서적인 상식일뿐, 의사 입장에서는 낮은 진료수가를 일정부분 메워주는 보완책으로 환자 입장에서는 빠른 효과를 보장하는 치료책으로 널리 통용돼온 게 사실이다.

예수병원 김민철 원장[사진]을 만나기 위해 전주를 찾았다. 때는 화려한 주말의 시작을 알리는 토요일, 시간은 오전 11시. 서로의 일정을 조율하면서 어렵사리 잡은 인터뷰였다.

'11시'까지 병원에 도착하기 위해 기자는 새벽부터 버스에 몸을 실었고, '토요일'에 잡힌 인터뷰를 위해 병원 홍보팀과 김민철 원장은 부득불 출근해 있어야 했다. 그를 만났다. 김민철 원장은 사람 좋은 미소로 먼 곳을 달려온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먼저 극히 낮은 주사제 처방에 특별한 철학이나 소신이 담겨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김 원장은 “그런 것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주사는 어쩔 수 없을 때만 쓰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지시하지 않아도 의사들이 알아서 '진정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주사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을 한 것일뿐, 병원 내부에서 주사제 처방 규칙과 같은 것을 정해두고 이뤄낸 성과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우리 병원은 상업성보다는 본질에 충실한 병원”이라며 "다른 사립병원에 비해 월급은 적은 편이지만 의사의 소신진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강조했다.

111년 역사…"오직 환자를 향한 마음으로"

1898년 개원, 111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예수병원은 그간 한국 의료현장의 산실로 기능해왔다.

직원들의 헌금으로 1960년대부터 암환자 후원회를 조직해 운영해 왔으며, 기생충 박멸사업을 최초로 실시해 공중위생 개선에 앞장서는 등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의료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찾아 묵묵히 해온 것이다.

1949년 국내 최초로 인턴 제도를 도입한 의료기관도, 재활의학과 수련을 처음 시작한 곳도 예수병원이다.

김민철 원장은 “의사 개인이 혼자 하기에는 힘든 일을 병원에서는 함께할 수 있다”며 그 예로 2003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외국인노동자 진료센터와 근래 실시한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대상 무료 건강검진을 들었다.

병원은 지난 5년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산업 연수생과 불법 체류자 등 외국인노동자 634명을 전액 무료로 진료해 화제를 불러 모은 바 있다.

어렵더라도 병원이 존재하는 목적이 환자에 있는 만큼 소신껏 진료하고, 아울러 소외된 이들을 돌보자는 게 김 원장의 원칙이자 예수병원의 존립 이유다.

지방병원이라는 핸디캡에 각종 무료진료·봉사까지. ‘도대체 수지타산이 맞을까’라는 걱정이 슬그머니 앞서는 찰나, 김 원장은 “외래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기자가 우려했던 바와 대조되는 현황을 언급했다.

돈벌이에 급급한 의사를 불신하는 풍토가 사회에 만연해 있지만 여기를 찾는 환자들은 그런 편견이 없어 믿음으로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김민철 원장은 “1990년대에 한 차례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꾸준한 신뢰를 얻어 외래환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환자를 위한 병원’이라는 원칙이 결국 운영에도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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