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국어 능통한 '글로벌 닥터'
2009.03.25 15:24 댓글쓰기
외국어를 공부할 때, 언어만 익혀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다. 문법, 작문, 말 등을 종합적으로 습득하되 그 나라의 생활양식과 문화까지 이해해야 그 것이 진정한 외국어 공부라 할 수 있다.

요즘 한참 열풍이 불고 있는 해외환자 유치 전쟁도 마찬가지다. 환자와의 소통을 위해 의료진의 능숙한 외국어 구사능력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 환자의 국적, 종교 등을 감안한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장기적 관점에서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순천향대병원 외국어진료소 유병욱 전임교수(가정의학과)[사진]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5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을뿐 아니라 해외 각지에 체류하면서 풍부한 진료 경험을 쌓은 ‘글로벌 닥터’이기 때문이다.

“영어는 외가댁이 호주에 있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익혔고, 스페인어는 페루에서 2년간 근무할 때 생존을 위해 밤낮으로 공부했어요. 일본어와 프랑스어는 따로 독학해서 웬만한 의사소통은 가능한 정도죠.”

스페인어와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면서 일본어와 프랑스어는 수준급, 이외에도 포르투갈어를 ‘약간’ 한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는 게으른 기자를 부끄럽게 했다. 유 교수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반대를 위한 KBS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에서 전국을 완주한 최종 14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국토대장정을 마치고 PD의 제안으로 NGO 단체에서 진료의사로 일하게 됐어요. 이듬해 베트남으로 교차수련을 떠나면서 해외에서의 진료경험을 쌓기 시작했죠. 이후 라오스, 파푸아뉴기니 등지를 돌면서 다양한 환자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페루에서는 2004년 정식 의사면허를 취득했죠.”

"성장 계속하는 외국인진료소-소통의 믿음 실천"

실제로 유병욱 교수가 모교로 부임하면서부터 순천향대병원 외국인진료소는 해마다 성장을 거듭했다. 그가 정식근무를 하게 된 2006년 첫해 6018명의 외국인환자가 병원을 찾았고, 2007년 8344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10981명이 외국인진료소를 방문했다. 지난해 유 교수가 단독 진료한 환자 수만 해도 7004명에 달한다. 적은 규모와 인력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아무래도 병원 위치상 대사관들과 접촉할 기회가 잦아요. 그런 이점을 십분 활용해 대사관 및 외교관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믿고 찾아오게끔 만들죠. 첫 방문이 가장 중요해요. 그들이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확신을 심어주는 겁니다.”

이미 풍부한 국제무대 진출 경험으로 해외 의료체계를 웬만큼 꿰뚫고 있을 법한 유 교수는 요즘 세계 각국의 의료제도를 부지런히 공부하고 있다. 삶의 방식을 이해해야 환자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통을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독일 환자는 약으로 끝내는 진료를 싫어해요. 그분들이 감기에 걸려 병원에 찾아왔을 때 감기약을 4~5개씩 처방해주면 신뢰도가 떨어져 다시는 오지 않죠. 반면 동남아 환자는 항생제를 처방해 주는 것을 좋아해요. 아랍계 여성 환자가 산부인과를 찾았을 때는 반드시 여성 의사가 진료해주도록 배려해야 하고요.”

글로벌 의료마케팅 붐이 일어나는 시기, 일당백을 거뜬히 해내고 있는 유병욱 교수야말로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가 아닐까. 시종일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소탈하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놀라운 이력들을 쏟아내는 그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보통이 아닌 사람'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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