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폭행 근원적 원인, 왜곡된 도제식 수련시스템'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
2017.12.28 12:00 댓글쓰기

“우월적 지위 이용 폭행한 교수도 문제지만 묵인 병원도 잘못”

“마음에 안 든다고 때리고 컴퓨터를 안 고쳐놨다, 벨 소리가 마음에 안 든다고 때렸어요.” 선진국에 버금가는 뛰어난 의술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병원에서 낯부끄러운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교수 의사나 선배 전공의가 제자, 그리고 후배 전공의에게 휘두른 폭력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그 간 쉬쉬하기 일쑤였던 병원계 내 갑질 문화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지만 해결 방안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선배 의사들의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 때문에 전공의 생활은 그저 악몽이었다고 떠올리는 이들. 우연히 제보를 받게 됐지만 교수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전공의들을 상습적으로 구타한 데다 이를 묵인한 병원의 시스템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사진]. 그는 10월 국정감사 폭로에 이어 지난 12월 19일 국회에서 또 한 번 공청회를 통해 해결책 마련에 힘을 보탰다. 음지에 있었던 전공의 폭력. 의료계 내 폭력과 기저에 깔려 있는 갑질문화를 공론화시킨 그에게 과연 해답은 무엇인지 들어보고자 데일리메디가 만났다.[편집자주]


Q. 유은혜 의원님께서는 금년 10월 국정감사를 전후해 지난 2014년, 2015년에 부산대병원에서 발생한 A지도 교수의 상습 폭행에 대해 강력히 문제 제기하며 음지에 있던 의료계 내 폭력을 공론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공의 11명의 폭행 사진까지 게재,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시켜 주셨습니다. 당시 상황과 이번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국정감사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부산대병원에서 전공의에 대한 상습적인 폭행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노동조합이 제기한 폭행 사실에 근거해서 보면 해당 교수의 전공의 폭행은 무차별적이고 상습적이었습니다. 피해 사례를 보면 ‘습관적인 두부 구타로 고막 파열’, ‘수술기구를 이용한 구타’, ‘정강이 20차례 구타’, ‘회식 후 길거리 구타’, ‘주먹으로 두부 구타’ 등 폭행은 수차례 지속적으로 여러 사람에게 이루어졌습니다. 제보 받은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폭행의 정도와 수위가 상상 이상이어서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실제 전공의들은 폭행으로 온몸에 시퍼런 피멍이 들었고 피부 곳곳이 찢어지고 파이기도 했습니다. 폭행당한 전공의들의 사진을 공개한 것도 무지막지한 폭력의 흔적이 실제로 남아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거리에 넘어진 전공의를 발로 밟고 구타한 것은 차마 사진으로 드러내 보이지 못할 정도로 참혹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 병원 측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고 병원이 이번 사건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결국 부산대병원 말고도 여러 수련병원에서 전공의에 대한 폭행과 폭언 등 인권침해가 무수히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서 오히려 의사가 폭행을 당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판단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공개를 결정했습니다.
 

Q. 전공의 폭력 사건이 터지자 이미 여러 대학병원에서 두루 행해지고 있는 관행이자 문화라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관련 조사에 의하면 매 맞는 전공의가 20%를 넘고, 이중 가해자가 내부의 교수와 선배인 경우도 10%에 이른다고 합니다. 병원 내 어떠한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전공의 폭행사건은 대학병원에서 교수나 선배들에 의해 저질러진 ‘잔혹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2014년과 2015년 K교수가 전공의 11명을 무차별적이고 상습적으로 폭행한 피해 사진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당 교수는 상습적으로 전공의들의 머리를 때려 고막이 파열되기도 했고 수술기구를 이용해 구타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전공의들은 무릎부터 발목까지 멍들지 않은 곳이 없었고 정강이 부분은 군데군데 찢어지고 파였습니다.

피해 사례 중에는 길거리에서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휘두 르거나, 심지어 수술 도구를 이용해 구타했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이 같이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나는 것에는 전공의가 피교육자인 동시에 노동자인 이중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전공의는 통상적으로 인턴 1년, 레지턴트 3년, 혹은 4년의 기간 동안 수련과 노동을 병행하게 됩니다.

이에 전공의는 근무기간동안 노동과 교육이 혼재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더욱이 당시 지도 교수로부터 폭행을 당한 전공의들이 해당 교수의 파면과 해임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이를 쉬쉬하기까지 했습니다. 문제는 이 노동과 교육의 경계가 불명확한 점을 이용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폭행과 폭언과 같은 인권침해는 물론 저임금과 과도한 노동시간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봅니다.
 

Q. 매를 맞거나 모욕을 당해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는 전공의들이 적지 않습니다. 부당한 처사에 상처받고 있는 전공의들의 아우성이 끊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악순환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병원의 왜곡된 도제식 수련시스템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도교수가 전공의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도제식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전공의들이 폭행과 폭언을 당하면서도 불이익이나 보복을 당할까봐 두려워서 신를 하거나 제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스란히 감당해 왔던 이유입니다.

물론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술을 수련하기 때문에 수련의에 대한 엄격한 지도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도제식 교육이라고 해서 수련받는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폭행을 당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의술을 전수하는 스승과 제자 관계를 넘어서 갑과 을의 관계처럼 교육과 병원 내 문화가 왜곡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교수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전공의를 상습적으로 구타한 것 자체가 문제지만 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병원의 시스템도 반드시 바로잡아야할 대목입니다.
 

Q. 조속한 시일 내 의료계의 비인간적 관행과 문화를 개선 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 차원의 논의와 보건복지부의 대책들이 너무 미온적이고 지엽적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의원님께서 발의 예정이신 ‘전공의특별법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과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아직 전공의특별법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피해자 보호에 대한 내용, 가해자 처분에 대한 사항, 그리고 피해자의 안정적 수련권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검토 중에 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는 토론회 등을 통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또한 교육부의 특별감사를 비롯한 모든 조치를 동원해서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요구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방안을 강력하게 요청할 방침입니다.
 

Q.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인의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의과대학 윤리교육 강화, 대한의사협회의 동료평가제 등 비록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겠지만 자정 작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의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윤리와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윤리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마지막으로 의료계에 어떠한 점을 당부하고 싶으신지요.

병원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입니다. 누구보다 생명을 아끼고 존중하는 사람이 의료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소수의 일탈로 전체 의료인의 생명존중의 숭고한 마음이 의심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 스스로 더욱 이러한 문제에 좀 더 단호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외부 지적과 언론 보도가 나면 그 때만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아닌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폭력은 대물림이 될 가능성이 크고 전공의보다 약한 계층에게 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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