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 “국회는 보신주의, 정부는 안일주의”
초중고 교과서 오류 개선 한계 등 ‘현실의 벽’ 개탄
2019.01.23 06:1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국회와 정부의 태도에 너무 당혹스러웠습니다.” “대한민국 미래 세대들이 배우는 교재에 대한 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사진]을 비롯한 임원진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국내 초··고등학교 교과서의 건강정보 오류 개선을 추진하며 느낀 답답한 소회였다.
 
의학회는 초··고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의 건강정보 관련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일선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교과서 17종을 대상으로 연구 및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크고 작은 오류가 발견됐다. 단순한 용어 사용 오류부터 질병에 관한 잘못된 정의까지 고처야할 부분이 한 두곳이 아니었다.
 
의학회는 연구결과를 들고 가장 먼저 국회를 찾았다. 초중고 교과서의 건강정보 오류 실태를 알리고, 개선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청회 마련을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교과서 수록 내용 잘못된거 많은데도 대다수 국회의원 고사" 
 
하지만 접촉을 시도한 모든 국회의원들이 고사했다. 지난 정부 시절 5.16 군사정변 등 근현대사 기술 문제로 파동을 겪었던 정치권의 기억이 이유였다.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은 국회의원들에게 교과서는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되는 뇌관이나 다름없었다쓸데없는 논쟁에 결부되기 싫어하는 모습에 허탈했다고 술회했다.
 
이어 이념과 사상과 무관한 건강정보를 바로잡자는 제안에 손사레를 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며 너무 놀랐고, 울화가 치밀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역시 국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에 의학회 임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국내 초중고 교과서의 건강정보 오류 분석 연구를 위해 주무부처인 교육부에 교과서 종류와 학교별 채택 현황 자료를 요청했지만 단박에 거절당했다.
 
특정 출판사에게 유불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의학회는 할 수 없이 각 서점을 돌며 학교별 교과서 정보를 취합했고, 그 중 가장 빈도수가 높은 교과서 위주로 연구를 진행했다.
 
대한의학회 은백린 학술이사는 교과서 오류 정정에 대한 정부의 반응에 화들짝 놀랐다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고 일침했다.
 
이어 검정 교과서의 경우 오류가 확인되더라도 교육부가 즉각적인 수정 조치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출판사의 의지가 없다면 잘못된 정보가 계속 전달돼야 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의학회의 교과서 오류 개선 노력에 대한 교육부의 편견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건강정보 전문가인 의사들이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기 위해 상시 감수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마치 수익사업이라도 하려는 듯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분위기였다고 성토했다.
 
이어 진정 미래 세대들의 교육을 걱정한다면 사소한 오류라고 간과할 게 아니라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고성범 교수 역시 연구를 진행하면서 교과서 오류 개선 필요성을 절감했다이 정도인 줄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단 일부 과목 교과서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어, 수학 등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다른 과목들도 건강정보 오류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