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화재 등으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 늘어'
차용성 원주세브란스 응급의학과 교수
2019.04.07 19:0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중증환자 최종 치료기관으로서의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다하기 위함이었다.”
 
지난해 12월, 강원도 강릉의 한 펜션에서 일산화중독을 일으킨 학생들이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일산화탄소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빠른 고압산소치료가 필수적이었다.

생사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골든타임을 지켜낼 수 있었던 이유는 학생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시설을 갖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강릉아산병원이 가까운 거리에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응급상황에서 응급의료가 빛났던 순간이었다.

또한 이 사건을 통해 고압산소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전국을 통틀어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강릉아산병원은 치료시설뿐만 아니라 다년간의 고압산소치료센터 운영 경험을 통해 효과적인 치료를 펼쳤다. 금년 1월 총 7명의 학생들은 사고 한 달 만에 모두 퇴원해 집으로 돌아갔다.
 
당시 치료를 담당했던 응급의학과 차용성 교수는 “두 명 중 한 학생의 경우 퇴원 후 인지기능 일부가 저하되는 지연성 신경학적 합병증을 보여 다시 병원을 방문했고, 추가 고압산소치료 및 재활치료 실시 후 호전돼 현재는 퇴원한 상태”라며 “향후 서울에서 추가적인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재활치료를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 고압산소치료센터를 운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차용성 교수는 “중증환자 최종치료기관으로서 지역사회에 부여된 역할을 다하기 위함이었다”고 답했다.
 
차 교수는 “과거에 비해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적어졌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럴 뿐 오히려 늘고 있다. 2002년에는 1년에 40명정도 내원했는데 매년 환자가 30%이상 증가해 현재는 200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인은 자살 증가 및 화재 현장에서의 중독사고, 산업 현장에서의 사고 발생 등 다양하다. 이 같은 일산화탄소 중독의 유일한 치료방법은 고압산소치료다.
 
차 교수는 “응급의학과에서도 중증환자 증가에 대한 치료시설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비록 수익성은 낮아도 상급종합병원과 권역응급의료센터, 그리고 외상센터 역할을 다하기 위해 경영진에서도 운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병원은 1986년부터 운영해 온 고압산소치료설비를 확대하고 전문장비를 갖춰 2016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증 일산화탄소중독환자 고압산소치료가 365일 24시간 가능한 고압산소치료센터를 개소했다.

"병원 수익 아닌 환자 치료기관으로써의 역할 위해 최선 다하겠다"

"수가 등 낮아 적자여서 간호사·응급구조사 등 필요한데 충원 요청 어려운 실정"
 
그 결과, 지난해에는 개소 2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6000건을 육박하는 치료건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른 중증환자의 경우처럼 일산화탄소 중독 또한 빠른 시간 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고압산소치료시설 또한 재난에 대비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차 교수는 “담당간호사나 응급구조사 등 인력 지원이 있어야 환자 치료 안정성이 보장되는데 알려진 바와 같이 현재의 수익성으로는 인력 충원 등을 병원에 요구하기가 어렵다”며 “운영비나 교육비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압산소치료기 가격은 수억 원대인 데 반해 치료 수가는 1회 10만원 정도에 그친다. 이 때문에 강릉 사고 당시 많은 관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고압산소치료기의 추가 도입을 결정한 의료기관은 전국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차 교수는 “우리 병원의 경우 10인용 1대, 1인용 3대를 운영 중인데 수개월 전 이미 한 차례 시설을 확충한 바 있어 단기적으로는 현 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압산소치료기 보유 시 권역응급의료센터 평가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점수가 적다”며 “보건복지부에서 일부 지원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위해 원활히 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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