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챔피언 등극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서려경 순천향대천안병원 전문의
2023.07.24 05:51 댓글쓰기

최근 서울에서 열린 KBM 3대 한국 타이틀 매치에서 라이트플라이급 한국챔피언에 오른 여성 복서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복서 '서려경(31, 사진)'은 2020년 프로 데뷔 후 지금까지 통산 전적 7전 6승1무를 기록하며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복싱 실력과 함께 덩달아 '의사'라는 그의 본업도 화제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조교수로 현재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임상전문의로 근무 중이다. 낮에는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밤에는 체육관에서 스파링하며 챔피온에 등극한 서려경 전문의의 지칠 줄 모르는 분투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Q. 챔피언 소감은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하다. 이전까지는 복싱을 권장하기보다는 만류하는 지인들이 많았다. 특히 병원에서 교수님들이나 동료들이 "다치면 어쩌냐"며 걱정해줬다. 그러나 챔피온 타이틀을 획득하자 제 진심을 알고 이제 응원을 더 많이 해준다. 


Q. 복싱 입문 계기는

순천향대 전공의 3년차인 2018년 복싱을 처음 시작했다. 친했던 선배 전공의가 복싱을 하고 있어 권유를 받았다. 처음에는 남자들만 하는 운동인 것 같아 조금 주저했는데, 막상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해보니 흥미가 생겼다. 관장님이 친절하게 대해줬고 적응도 빨랐던 편이다.  


Q. 전공의 업무만 해도 바쁠텐데, 복싱까지 힘들지 않았나

정말 힘들었지만 스트레스가 풀리고 성취감도 있었다. 사실 소아청소년과에서 근무하다보면 아이들을 진료하고 부모들을 대면하느라 힘든 일이 많다. 운동을 하다보면 업무에서 생기는 긴장감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고, 조금씩 실력이 느는 내 모습을 볼 때 성취감이 생겼다. 특히 당직을 서게 되면 밤을 새고, 그 다음날 오후 근무까지 마치면 녹초가 된다. '오늘은 운동을 쉬어야지~'라고 생각했다가도 막상 체육관에 가면 생기가 돌았다.  

Q. 원래 운동 신경이 좋은지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이다. 어릴 때부터 스키, 수영 등 다양한 운동을 해왔으며 종종 선수 제의를 받기도 했다. 복싱의 경우도 관장님이 "복싱 자세가 좋고, 재능이 있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다음 목표는 세계 챔피언 도전"

"아이들 진료하고 부모들과 접하면 힘들었지만 체육관 직행"

"특별훈련보다는 꾸준함 중요, 전공의 시절에는 1주일 3~4번 운동"

"복싱 통해 길러진 근력과 집중력, 자신감 등은 환자 진료에 도움"


Q. 프로 데뷔 과정이 궁금하다

체육관 관장님의 권유로 2020년 11월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프로 데뷔 준비를 하면서 낮에는 병원으로 밤에는 체육관으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전공의 때라 오프, 당직을 마치고서도 훈련을 하러 갔다. 첫 번째 경기를 위해 링에 올랐던 때가 아직도 생각난다. 너무 긴장되고 힘들었다. 1라운드가 2분인데 2라운드를 마치자마자 "다신 운동을 안해야지"하고 다짐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자, 더 열심히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


Q. 챔피언이 되기 위해 얼마나 훈련을 했는지

특훈보다는 꾸준한 훈련이 중요했다. 줄넘기, 섀도복싱, 샌드백치기와 같은 몸풀기 운동과 함께 스파링을 했다. 전공의 때는 당직 후 일주일에 3~4번 운동을 했고, 챔피언 도전을 앞두고는 더 자주 갔다. 훈련시간은 보통 1~2시간 정도다. 


Q.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비결은

지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승부욕이 엄청나다. 이기면 마약에 중독되는 것처럼 또 링에 오르고 싶다. 복싱이 힘든데 왜 계속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시합을 하면 할수록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Q. 주특기는 무엇인지

저는 오른팔을 곧게 뻗어 상대 선수 왼쪽 얼굴을 가격하는 라이트 스트레이트와 왼쪽 팔을 안으로 굽히며 오른쪽 얼굴을 때리는 레프트 훅이 특기다. 챔피언 타이틀전에서 상대를 TKO(프로 권투에서 한쪽 선수가 경기 속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상 또는 그 밖의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 주심이 시합을 중단하고 승패를 결정짓는 것) 시킨 것도 레프트 훅이었다.


Q. 복싱 매력은

사람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듯 복싱을 좋아하는데도 이유가 없다. 그냥 복싱하는 제모습이 멋있어서 좋다. 처음에는 공격을 주로 연습하는데, 나중에는 수비가 는다.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하며 경기를 풀어가도록 연마하는 과정이 즐겁다. 


Q. 앞으로 목표는

복싱을 계속 해 나갈 계획이다. 다음 목표는 세계 타이틀 도전이다. 앞서 말했지만, 운동을 많이 하기 보단 꾸준히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사실 복싱은 오래할 일은 못된다. 체력 소모가 너무 크고, 부상 위험도 상당하다. 또 할 생각하면 아찔한데 시합에 나가고 싶다. 제 기술과 실력을 세계 무대에서 확인하고 싶다. 복싱을 통해 길러진 근력과 집중력, 자신감 등은 환자 진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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