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통지 없이 2회 현지조사, 업무정지·환수처분 '위법'
현두륜 변호사 '현지조사 지침 위반 외 '행정조사기본법' 위반도 부당 인정'
2020.09.08 19:1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1차 현지조사 결과에 대한 별다른 통지 없이 2차 조사를 실시한 뒤 내린 업무정지·환수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인들은 “그동안 간과되기 쉬웠던 기본적인 조사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법원이 강조한 것”이라며 “현지조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따지는 기준이 점점 더 치밀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6부(재판장 김성용)는 A생활협동의료조합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업무정지 및 요양급여 환수처분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고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앞서 복지부는 2015년 8월 A의료조합이 운영하는 병원에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복지부는 조사결과 A의료조합이 간호인력 확보 수준에 따른 입원료 차등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첫 번째 조사대상기간은 2014년 7월~2015년 6월로 총 12개월이었으며, 조사 결과는 별도로 통지하지 않았다.


약 1년이 지난 후 복지부는 조사기간을 늘려 두 번째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두 번째 조사의 대상 기간은 2014년 10월~2016년 7월 총 22개월이었다.


조사 결과 복지부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간호등급 위반 사실을 확인했고, 해당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10일의 업무정지 처분과 18억원의 요양급여를 환수했다.


이에 A의료조합 복지부가 ‘중복조사 금지 원칙’을 어겼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행정조사기본법 4조에 따르면 행정조사는 유사하거나 동일한 사안에 대해선 중복해서 조사할 수 없다.


중복조사를 하기 위해선 같은 사안에 대해 새로운 증거가 확보돼야 한다.
 

A의료조합 변호인단은 “2차 조사에선 선행 조사에서 확인된 간호등급 위반사실만이 다뤄졌을 뿐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며 “또한 1차 조사결과에 대한 주의 등도 없어 개선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진행된 2차 조사 대상기간은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처분 수위가 높아지게 됐다”며 처분을 취소를 요구했다.
 

재판부는 A의료조합 측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현지조사의 1차·2차 조사는 비록 범위는 다르지만, 실시 주체가 복지부 장관으로 동일하며 둘 다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에 관한 비용청구 적정성에 관한 사안을 다뤘다”며 “겹치는 조사대상 기간은 중복조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위법한 중복조사에 근거했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있고, 이 경우 행정청은 중복조사 부분을 제외하고 다시 처분을 내려야 한다”며 행정처분을 전부 취소했다.
 

이 사건을 맡은 현두륜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그동안 현지조사지침 위반을 이유로 절차상 하자를 인정한 사례는 많았지만, 행정조사기본법 위반을 이유로 처분을 취소한 사례는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중복조사 금지원칙’ 위반을 이유로 처분을 취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행정조사기본법의 목적은 행정조사 방법과 절차를 규정해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데 있다”며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에 대한 현지조사에서도 이를 엄격하게 적용, 의료기관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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