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안과 의사가 백내장수술 비용을 부풀려 청구했다며 손해보험사가 낸 손배소송에서 법원이 병원 손을 들어줬다.
손보사 측은 의사가 검사기록을 조작하고 다초점렌즈비용을 검사비로 편법 청구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 백내장수술을 시행하는 병원을 상대로 한 손보사의 손배소송이 늘어가는 가운데, 법조인들은 뚜렷한 증거 없는 마구잡이식 소송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방법원 13민사부는 환자들이 백내장수술비용을 과도하게 지급받도록 도왔다는 이유로 안과의사 B씨를 상대로 낸 2억원의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A손보사는 지난 2017~2019년 사이 B씨 안과의원에서 백내장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실손보험금 총 3억6580만원을 지급했다.
A손보사는 환자들이 청구한 수술비가 부당하게 산정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B씨가 수술비용을 부풀리기 위해 환자들을 적극 도왔다고도 했다.
단순히 수술을 위한 검사를 받았음에도 입원검사를 받은 것처럼 결과지를 조작하거나, 레이저 검사만 시행했는데 초음파 검사 비용까지 책정했단 것이다.
또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다초점인공수정체 렌즈비용을 보험금 지급대상인 검사비로 청구하는 등 보험사를 기망했다고 주장했다.
A손보사는 B씨 환자들이 수령한 보험금의 70%가 이같은 기망에 의해 지급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체적인 근거를 전혀 입증하지 못하고 있단 판단이다.
재판부는 “원고는 검사결과지를 조작하거나 백내장 수술의 다초점 인공수정체 렌즈비용을 검사비로 청구했다고 주장할 뿐,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입증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원고 청구는 더 살펴볼 필요도 없이 이유없다”고 판시했다.
조진석 변호사 “무분별한 증거신청, 부당한 청구 인정된 사례”
이 사건을 맡은 조진석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이 사건을 두고 ‘민간 실손 보험사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무분별한 소송을 진행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사건 검토 결과 안과 의사는 관련법에 따라 정당한 치료재료 비용과 검사비를 받은 것이 확인됐으며, 검사 내역 또한 실제 진료기록과 다름이 없었다는 것이다.
손보사의 소송 대상 또한 의사가 아닌 환자라고 그는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이사건에서 의사는 손보사와 환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보험계약과 무관하다”면서 “그럼에도 손보사는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주장했던 기망행위에 대한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가 사실관계 확인이나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재판에서 무분별한 증거 신청은 차단당했고 최종적으로 원고 청구는 기각됐다”며 “이 판결은 소액 사건이지만, 단독 재판부가 아닌 합의부 판단으로 현재 진행 중인 유사 사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