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교육도 심폐소생술처럼 국민 기본 소양과목 돼야'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2020.01.08 15:0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강원 대형산불 사고부터 유람선 침몰, 진주 방화 사건까지 다양한 국가적 재난 사건들로 지난 2019년 한 해는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는 매우 바쁜 한 해였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국가적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집중하고 국가 트라우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며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8년 4월 개소 후 활동 중이다.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으로 재직 중인 심민영 부장을 만나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진행 하고 있는 업무 및 연구과제, 그리고 미래 운영 계획 등에 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2018년 4월 개소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재난이나 위기를 경험한 분들이 충격에서 벗어나서 빠른 시간 내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적 역할이다. 기존에 정신질환을 갖고 있었거나 특별한 상황의 사람을 제외하고 국가적 재난을 겪은 사람의 대다수는 평소 사회에서 본인 역할을 충실히 하던 일반인인 경우가 많다. 큰 충격에 잠시 넘어졌을 때 옆에서 전문가가 일회성 상담을 해준다거나 방향을 안내해주면 쉽게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분들을 돕는 것이 우리 역할이다. 재난이 발생하지 않은 평상시에는 교육활동과 장비 점검 등 대비 활동을 하는데 이런 사전 대비 활동이 중요하다. 대규모가 아닌 중소규모 재난의 경우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가 교육에 힘쓰고 있다. 국가 재난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을 ‘재난경험자’라고 부르는데 일반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와 이런 재난경험자는 치료 접근 방향이 달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도 국가트라우마에 대한 별도 교육이 필요하다.
 

Q. 기존의 다른 정신질환과 국가적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 정신질환 환자의 차이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재난경험자에게는 지금 스스로가 겪고 있는 감정이나 혼란이 정상적인 단계임을 인식시키고 경과를 설명하며 빠른 시간 내 안정화되도록 방향을 안내하는 목적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실제로 재난경험자 중 80~90%는 6개월에서 1년 내에 안정화된다. 강원 산불 재난경험자들을 얼마 전까지 6개월간 모니터링 했는데 이와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재난경험자 중에서도 10~20%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데 기존에 정신질환 위험요인을 갖고 있었다든가, 아니면 재난으로 인한 슬픔이나 고통이 너무 큰 경우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고위험군 대상자들을 빠르게 선별해 보다 장기적인 상담이나 사례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중요한 역할이다.
 

Q. 안심버스를 시행 중인데 어떤 제도인지
재난 현장은 너무나 혼란스럽다. 재난을 겪은 사람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선 물리적 공간도 매우 중요한데 재난 현장에선 그런 공간을 찾는 것이 매우 힘들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안심버스다. 이동하는 상담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버스에 앉는 좌석은 몇 개 없고 나머지 공간은 스트레스 측정기나 경두개 직류자극치료(tDCS)와 같은 장비들로 채워져 있다. 자율신경 활성도를 분석해서 환자의 긴장이나 각성 상태를 알 수 있는 스트레스 측정기는 객관적인 수치가 나오기 때문에 환자에게 본인 상태를 알려줄 때 유용하다. 버스에서 상담뿐만 아니라 호흡이나 근육이완 같이 몸을 안정시킬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하고, 경두개 직류자극치료 tDCS 등을 사용해 환자의 뇌(腦) 안정을 돕는다. 버스 안에서 모든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구성해뒀다. 지난 2018년 12월 개조 완료 후 사용 중인데 2019년 강원 산불 현장과 진주 방화 사건 등 다양한 국가 재난 사건에 투입됐다.

"일반인도 70~80% 트라우마 경험, 남의 일 아닌 바로 내 일"
“‘재난경험자일반 정신질환 환자들과 구분돼 치료 방향 다르다

재난 고위험군 대상자를 신속하게 선별, 장기적 상담 및 사례관리 제공

트라우마 관련 업무 보는 사람들 소진(Burn out) 안되게 하는 방안 필요


Q. 2020년부터 새롭게 운영 예정인 프로그램 등을 소개해달라
‘소진(Burn out)’과 관련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소진은 트라우마 관련 업무를 보는 노동자에게 큰 문제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진 공감능력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트라우마 얘기를 듣다 보면 상담원도 같이 타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현재 이 부분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책이나 제도가 없어 재난 트라우마 전문가로 양성했는데 번아웃으로 관두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력들이 소진되지 않고 근무할 수 있도록 조사하고 대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VR과 ICT 분야에 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트라우마 치료에 접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2020년부터 활용도를 점검하고 가능성을 확인코자 준비 중이다.
현재 센터에서 평상시 교육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데 교육 대상자를 나누면 1차 대상자는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2차 대상자는 지자체 공무원이나 자원봉사자 같은 사람들이고, 3차 대상자가 일반 국민이다. 일반 국민들도 기본 소양으로 교육을 받게 되길 희망하지만 1차 대상자들에게도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9년 약 4500명 정도 교육을 마쳤는데 이는 각 센터에서 근무하는 근무자 중 25%에 해당한다. 일반인이 트라우마를 경험할 가능성이 70~80%인데, 이는 트라우마가 남의 일이 아니라 본인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전국민이 받는 것처럼 심리적 응급처치인 트라우마 교육 또한 모든 국민이 기본 소양으로 받을 수 있도록 목표를 세웠다.


Q. 국가트라우마 관련 DB를 축적해 자료를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국가트라우마센터 개소 후 현재까지 논문 5편과 포스터 23건을 발표했다. 가습기 피해자 심리상태에 관한 논문은 이미 발표됐고, 메르스 경험자 유가족의 심리상태에 관한 논문은 투고한 상태다. 포스터 건은 강원 산불 피해자 모니터링 결과와 소방이나 지역공무원, 재난경험자들의 회복상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추후에도 계속 발표할 예정인데 재난 피해자들의 회복 양상을 주제로 생각 중이다. 아직 국가트라우마에 관해 구체적인 데이터 수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지역 거점 센터 운영을 중단 또는 연장해라 등과 같은 논쟁에 에너지 소모가 크다. 재난인이 회복하기 위해 어떤 치료가 필요하고 얼마나 지속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정보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하기 위해 회복 양상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Q. 공주, 춘천 등의 국립정신병원에 권역별 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할 계획인지
우선 영남 지역에 생겼다. 하지만 공주나 춘천, 나주에는 아직 소식이 없다. 구체적인 정책은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에서 진행 중인데 제가 듣기론 3곳 모두 아직 추진이 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 국립정신병원과 보건복지부에서 적극적으로 설치를 요구하고 있는데 예산 통과가 되지 않아 안타깝다. 영남권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자리를 잘 잡아야 다른 기관도 예산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 영남권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사업은 사회적 합의와 국가적 투자가 있어야 하는 분야다. 2019년 강원 산불 사건이 발생하고 많은 피해자가 발생해 거점센터까진 아니어도 권역센터가 만들어져 지속적으로 관리해 줄 것을 기대했는데 춘천도 통과되지 않아 안타깝다. 권역별센터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은 해당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많은 부분을 담당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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