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없는 진료비 등 여성건강 든든한 버팀목
박경동 대구효성병원 이사장
2023.03.08 11:22 댓글쓰기

《대한중소병원협회-데일리메디 공동기획》

필수의료 책임지는 중소병원 발굴 프로젝트…⓷대구효성병원


국내 의료전달체계 중추 역할을 하는 중소병원들이 신음하고 있다. 의료인력난을 비롯해 급변하는 정책 변화에 고충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중소병원 위기는 대한민국 의료 위기’라는 경고가 무색할 정도다. 그동안 국민건강에 일조한 중소병원들의 역할은 간과된채 대형병원과 개원가 중심의 의료정책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수 십년 동안 묵묵하게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지켜내고 있는 중소병원들이 적잖다. 데일리메디는 대한중소병원협회와 함께 힘겨운 저수가 및 인력난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뚝심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 중소병원을 발굴, 조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익만을 좇았다면 결코 불가능했을 그 숭고한 고행을 알림으로써 중소병원의 중요성을 각인시킴과 동시에 보다 많은 중소병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하는 울림의 시작이기를 고대한다. 그 의미 있는 세 번째 행선지는 대구지역 환자들이 절대적 신뢰를 보내는 대구효성병원이다.


안전한 종합병원 대신 불안한 전문병원 선택


‘전문성’. 더도 덜도 아닌 이 세글자가 태동의 시작이었다. 규모의 경제가 한창이던 당시 병원계 분위기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행보였다.


다양한 진료과목을 갖춘 종합병원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산부인과’ 단일과목으로도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운도 따랐다. 부지 매입 후 부족한 자금으로 천착을 고민하고 있을 즈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공적부조를 위한 기금 지원 소식을 접했다.


즉시 서류를 준비해 보건복지부를 찾았다. 환자들에게 보다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의료전달체계 확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다행히 담당 공무원들이 단일과목의 전문진료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며 IMF 금융 위기 한 복판에서 나름 호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단일과목 전문진료에 대한 박경동 이사장의 신념과 그 가능성을 인정한 복지부의 판단은 적중했다. 


전에 없던 인테리어와 산과는 물론 부인과 질환까지 아우르는 전문진료에 환자들은 만족감을 표했고, 개원 3년 만에 월 분만 300건을 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박경동 이사장은 “OECD 차관(借款)을 통해 개원한 만큼 부담이 적잖았다”며 “그 가능성과 방향성을 입증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술회했다.


전문성에 방점을 둔 효성병원은 국내 전문병원 제도 정착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개념 조차 생소하던 2005년 전문병원 시범사업은 물론 본사업 전환 이후에도 4번 연속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전문병원’이야 말로 의료전달체계 확립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고집스럽게 전문병원 자격을 지켜냈다.


하지만 최근 전문병원에 대한 제도권의 홀대에 대해서는 서운함을 표했다. 


상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력, 장비, 시설 등 적잖은 투자가 이뤄지지만 이에 대한 보상과 혜택이 없어 전문병원 기피현상까지 초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경동 이사장은 “전문병원 제도가 자리잡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전문성 확보를 위해 기울인 노력 만큼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자부심과 사명감만으로 전문병원 자격을 유지하기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며 “좋은 제도임이 확인된 만큼 활성화 대책도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절대적 신뢰, 분명한 이유


대구효성병원에 대한 지역민들의 충성도는 여느 지역병원과 견주기 무색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분만은 물론 여성질환과 관련해서는 자천타천 1순위로 거론되는 병원이다.


이러한 이용객들의 만족도는 ‘적어도 진료비를 계산하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야 한다’는 박경동 이사장의 우직한 신념에 기인한다.


환자들이 대학병원에서 흔히 경험하는 불친절로 인한 불쾌감, 하염없는 기다림, 과도한 진료비를 적어도 대구효성병원에서 만큼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26년 세월 성심을 다하는 진료, 기다림 없는 신속한 검사, 친절한 설명을 고수해 오다보니 ‘효성병원=좋은병원’이라는 인식이 지역민들에게 견고하게 각인돼 있다.


무엇보다 대구효성병원은 ‘바가지 없는 병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불필요한 검사나 주사 등이 없어 환자들이 믿고 찾는 병원이다.


수익을 위해 기본진료 외적인 검사나 처방을 내리는 여느 병원들과 달리 대구효성병원은 고집스러울 만큼 비급여 진료를 지양한다.


대학병원 정년퇴임 후 합류한 교수가 놀랄 정도다. 관련 업체들도 숱하게 제안해 봤지만 박경동 이사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박경동 이사장은 “수익을 좇다보면 신뢰를 잃고 장기적으로는 고객을 잃는다”며 “진료 본질에 충실해야 환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업체는 물론 내부 의료진도 답답함을 토로하지만 바가지 없는 진료는 앞으로도 고지식하게 고수해 나가야 할 가치이자 소신”이라고 덧붙였다.


대구효성병원은 이러한 신뢰를 기반으로 이제 분만과 여성질환을 넘어 생애 전주기 여성건강을 책임지는 여성 전문병원으로의 도약을 모색 중이다.


일찌감치 모자보건의 필수영역인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대폭 강화한데 이어 고령 여성인구 증가에 대비한 신경과 진료도 시작했다.


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여성건강을 책임지는 전문병원으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박경동 이사장은 “더 이상 분만에 국한된 진료가 아닌 여성 생애 전주기에 걸친 모든 질환을 아우르는 여성 전문병원이 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방, 갑상선 등 여성 다빈도 질환은 물론 치매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질환을 모두 다루는 전문병원으로 거듭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자꾸만 커지는 지속가능성 고민


한 시기를 호령했던 대구효성병원도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저출산 현상의 체감도는 그 우려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실제 10년 전 40만명 수준이던 신생아 수는 최근 20만명으로 반토막 났다. 월 300건의 분만을 담당했던 효성병원 역시 150건으로 급감했다.


박경동 이사장은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저출산은 단순히 병원이 아닌 국가 존립과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걱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사과 간호사 등 의료인력 채용에 제동이 걸리면서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제도권의 근시안적인 의료정책으로 인한 의료인력난이 거점병원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나마 탄탄한 입지를 갖춘 전문병원인 있는 만큼 여타 중소병원들 보다는 나은 여건이지만 대형병원들의 분원 열풍 등은 생존에 대한 고민을 키우고 있다.


의료진 고령화에 따른 지속 가능성이 큰 걱정이다. 특히 의료진이 번아웃을 호소하기 시작한지 오래지만 인력난 탓에 충원이 여의치 않다.


‘지역 여성건강을 사수한다’는 사명감을 지켜내기에는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간호사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간호등급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간호인력 쏠림현상을 초래했고, 지역 중소병원들은 고스란히 직격탄을 맞아야 했다.


박경동 이사장은 “여느 중소병원과 마찬가지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크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요양병원으로의 전환을 고민하는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미국의 경우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며 “우리나라 대학병원들의 분원 열풍은 병원계의 약육강식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의료현장에 대한 정책 입안자들의 이해도 제고를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탁상행정을 벗어나 현장의 고충을 읽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경동 이사장은 “제발 복지부 공무원들이 일선 병원의 행정, 경영 책임자로 파견돼 의료현장의 실상을 몸소 체험해 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가 수가 걱정 없이 오롯이 환자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진료환경을 진정 희망한다”며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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